‘기타 과일’은 울고 싶다
‘기타 과일’은 울고 싶다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7.10.30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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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의 과수 통계에는 특이한 품 목이 있다. 사과, 배, 포도, 감귤, 단감, 복숭아 등 이른바 ‘6대 과일’의 범주에 들지 않는 ‘기타 과일’이 바로 그것이다.

2015년 농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기타 과일’의 재배 면적은 5만3000ha로 전국 과수 총 재배 면적(16만3000ha)의 30%에 달한다. 전국 사과 총 재배 면적(3만2000ha)보다도 훨씬 넓다.

‘기타’로 분류되는 과일은 뭘까. 블루베리, 백 향과, 아로니아, 무화과 등이 해당된다. 국내 재배 역사가 짧은 아열대 과일이 대부분이다.

기타 과일의 생산량이 과수 총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지만 그 중요 성까지 미미한 것은 아니다. 전국 다수 지자체 들이 이미 포화 상태에 달한 기존 과수를 대체 할 목적으로 신소득 작물을 대거 보급했는데, 기타 과일들도 여기 해당된다.

그런데 정작 기타 과일의 유통 체제는 생산 현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백향과를 예로 들면, 농협을 낄 만큼 규모있는 작목반이 조성 된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곤 개인 블로그로 온 라인  판매를 하거나, 지인들에게 알음알음 판매하는 수준이다.

인터넷을 할 줄 모르는 고령 농가 중에는 기 껏 아열대 과일 농사를 해놓고 판로가 없어 발 만 동동 구르는 곳도 많다. 지인의 권유를 받 고, 또는 돈이 된다는 소문을 듣고 묘목부터 사서 심고 수확까지 했는데 팔 곳이 없다.

“마트에 갖다놔도 사람들이 ‘이게 무슨 과일 이냐’고 물어요.”

대도시에는 무화과나 백향과 같은 아열대 과 일의 고정 수요가 있는 편이지만, 농촌은 그렇 지 않은 경우가 많다. 주변 농가들이 전부 사 과 농사만 하는 지역에서 혼자 용기 있게 ‘기타 과일’ 농사에 뛰어들었다간 팔 곳이 없어 궁지 에 몰리기 십상이다. 사과나 배만 먹던 농촌의 나이든 주민들에게 백향과나 무화과를 아무리 홍보해봤자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아열대 과수 농가들을 가보면 “솔직한 심정으로 그만두고 싶다”고 털어놓는 농업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공중파 또는 지역 방송의 농촌 프로그램에 숱하게 방영됐는데도 불구하고 매출은 그때뿐이라는 게 그들이 전 하는 현실이다. 호기심에 ‘반짝 구매’가 발생하긴 해도, 꾸준한 소비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순이익은커녕 생산비도 못 건져서 당장 묘목 을 뽑아버리고 싶다는 농가들도 여럿 봤다.  심지어 “옆 농가가 따라한다고 하면 도시락 싸갖 고 다니면서 말릴 것”이라고 흥분하는 농가도 있었다.

기타 과일로 분류되는 아열대 과일 재배 농 가들이 이처럼 어려운 현실에 처한 것이 농업 기관의 ‘관행적 업무 분장’과 전혀 무관하진 않 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잉 생산으로 폐업 보 상 지경에 이른 블루베리가 한국농촌경제연 구원의 농업 관측 품목에 단 한 번도 포함된 적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과수 농가의 경쟁력 제고를 외치면서 정작 아열대 과수의 유통을 각자도생에 맡겨버리는 정부의 행정 태도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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