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수출농업현장] 대미 수출단지서 재배한 글로벌 GAP 인증 배
[Weekly 수출농업현장] 대미 수출단지서 재배한 글로벌 GAP 인증 배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7.06.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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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시 광명농장 오헌상 대표

믿고 먹을 수 있는 배를 
생산하기 위해 글로벌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을 
받은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대미 수출단지로 지정돼 
잔류농약 검사도 더욱 철저하다. 
신고·원황·추황 배를 
연간 100t 생산한다.

 

축구장 3개(2ha) 면적의 과수원에서 연간 배 100t 생산. 지난해 광명농장 오헌상 씨의 생산 실적이다. 전남 나주시 동강면에 위치한 이곳은 대미 수출단지로 지정돼 있다. 재배 품종은 ‘신고’, ‘추황’, ‘원황’이다. 생산량의 80%는 농협 공선회에 출하하는데, 그 중 60%가 해외에 수출된다.

“농장의 주 생산품종은 신고 배로 고품질 다수확을 위하여 재배하고 있는데, 국내 육성 중소과 품종인 ‘원황’과 ‘추황’은 육성 및 보급 초기에 ‘신고’의 수분수로 활용됐어요. 특히 추황배는 제수용 큰 배를 선호하는 문화 때문에 ‘신고’에 인기가 밀렸지만, 최근 들어 차츰 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했지요.”

나주우리배발전연구회(회장 권상준) 고문으로 활동 중인 오 씨는 일찍이 1990년대 초부터 ‘추황’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초창기엔 ‘추황’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애를 먹었다. 하지만 점차 입소문을 타고 알려져, 지금은 시세가 ‘신고’ 가격의 80%에 도달하는 쾌거를 이뤘다.

못 생겨도 맛있다, 고당도 ‘추황’ 배

칠순을 넘긴 오헌상 씨는 배 농사 30여 년차다. 인생의 절반을 배와 함께 했다. 그런 그가 일찍이 ‘추황’을 택한 이유는 맛 때문이다.

“신고 배는 크기에 따라 당도가 들쭉날쭉한데, 추황 배는 크기가 작든 크든 일정하게 13~14Brix를 유지하는 게 장점입니다.”

다만 ‘추황배’는 정형과로 생산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추황배가 소위 ‘못 생긴 배’로 불리는 이유는 모양이 공처럼 매끄럽게 둥근 ‘신고’와 달리 배꼽 부분이 잘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전문 용어로 체외부 돌출과라고 부른다. ‘배꼽’이 튀어나오는 원인은 꽃 받침이다. 배꽃 수정 시기에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 배나무의 호르몬 양이 증가하면서 꽃받침이 제때 탈락되지 않는다. ‘신고배’보다 ‘추황배’에서 이런 현상이 훨씬 심하게 나타난다.

“적과할 때 꽃받침이 제대로 탈락한 것만 놔두고 나머지를 제거하면 되겠지만, 인부들이 일일이 그런 것까지 신경 쓰며 일할 수 있나요.”

적과 작업을 할 때는 결과지에서 가장 충실한 중심과 한 개만 놔두고 나머지를 제거하는데, 열매가 튼실하지 않은데도 꽃받침이 달려있단 이유로 놔둘 순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GAP 인증, 수질·중금속 검사는 기본

광명농장은 2008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을 받은 데 이어, 이듬해 글로벌 GAP 인증을 받았다. 국내 GAP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GAP도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갖춰야 인증 자격이 주어진다.“과수원 지하수 수질, 중금속 검사는 물론이고 농장 주변에 소각장도 있어선 안 돼요. 쓰레기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에 노출되면 안 되기 때문이죠.”

토양 관리를 위해 가축 분뇨와 유박 비료를 한 해씩 번갈아 가며 사용한다. 또 초생 재배를 해 응애 피해를 예방한다. 지금까지 잔류 농약 검사에서 기준치 이상의 불순물이 검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아직도 ‘과수=농약 많이 치는 농사’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우리 농장은 새들도 살 수 있는 농장입니다. 어미새가 둥지를 틀고 이듬해 부화한 새끼와 함께 나가는데, 독한 농약을 썼다면 과연 가능했을까요?”

반평생 과수 농사를 하면서 보람도 많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의 오해는 해소됐으면 좋겠다는 게 오헌상 씨의 바람이다.

가지 톱질 유인으로 착과량 늘리다

25년 수령의 배나무가 안정된 착과량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톱질 유인이다. 2년생 가지의 기부 측면을 톱질해 수평으로 가지런히 유인한다. 2년차 도장지를 키운 뒤, 그 기부 측면을 이듬해 봄 톱으로 50% 절단 해 수평 유인하는 방식이다.

“1년생 가지를 45°로 유인하는 방식에 비해 인력이 더 절감돼요. 2년차까지 키운 뒤 한 번만 유인하면 되니까요.”

또 측지는 나무 한 그루당 매년 15%씩 갱신한다. 측지 개수가 주당 평균 60개라고 가정하면, 5~6년 만에 한 나무의 모든 측지가 최소 일 회씩 갱신되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우량 결과지를 확보하고 측지를 갱신하면 모든 가지에 햇빛이 골고루 흡수되고, 따라서 더 달고 아삭한 배를 수확할 수 있다.

한때 수도권 농가들이 오헌상 씨의 톱질 유인기술을 배우러 수시로 견학을 오곤 했다. 다만 재작년 중부 지역에서 과수 화상병이 발병함에 따라, 전염을 우려해 더 이상 견학 신청은 받지 않고 있다.

요즘 오헌상 씨가 매일 공들여 쓰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영농 회계일지다. 날씨와 농작업 위주로 기록하는 영농 일지와 달리, 회계일지는 일 년 동안 투입한 노동력과 생산비, 조수익, 순소득 등을 기록해 경영 상태를 면밀히 분석할 수 있다.

“전년도와 생산비는 비슷한데, 소득은 20% 줄었더군요. 수요가 감소한 것이죠. 그 원인으로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무시할 순 없을 겁니다….”

일손 부족과 수입 감소의 이중고를 견디며 배 농사를 이어가는 원동력은 배에 대한 열정이다. 그런 마음을 더 많은 소비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오헌상 씨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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