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투입·무경운 자연농법으로 딸기 재배
무투입·무경운 자연농법으로 딸기 재배
  • 이원복 기자
  • 승인 2017.03.20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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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최현보체험농장의 최현보 대표

“산과 들에 있는 식물들은 굳이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잘 자랍니다. 떨어진 낙엽이 1~2년 후에는 퇴비가 되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죠. 내가 자연을 아끼고 가꿀 때 좋은 물과 공기, 먹거리를 제공 받을 수 있습니다.”

 

경남 창원시 최현보체험농장의 최현보 대표

저탄소 농산물 인증이 생기기 전부터 친환경 농법을 고집하고 있던 최현보농장은 지난해 12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으로부터 저탄소 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이미 2005년 무농약재배를 시작해 2009년부터는 유기농 재배를 실천해왔다. 기본적으로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무투입농법’과 무거운 기계로 경운하지 않는 ‘무경운재배’를 원칙으로 한다. 3300㎡의 밭에 하우스 시설 15개동을 만들어 딸기를 재배하며 ‘딸기수확체험’도 운영한다. 생산된 딸기는 흙살림이나 한살림을 통해 판매되거나, 주로 친환경 급식업체를 통해 학생들의 급식으로 나간다.

 

농업의 즐거움을 배워

최현보 대표는 20살 무렵부터 농업에 종사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직업도 농업과는 거리가 있는 소방공무원이었다. 20여 년 전 당시에는 ‘귀농·귀촌’이라는 개념부터가 없었기 때문에 시골에 농사를 지으러 간다는 생각을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고 1996년부터 집과 땅을 구매했다. 소방서에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농업에만 매진했다. 소방공무원을 명예퇴직하고 3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농업에 종사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농업과 소방서 일을 병행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쉴 틈이 없었지만 지치거나 짜증나는 일은 없었죠. 오히려 모르는 것을 배우다보니 즐거웠습니다.”

 

농약과 화학 비료로 인한 피해

처음 농사를 시작했을 때 스스로 책을 찾아 공부도 하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 최현보 대표는 화학비료와 비싼 농약을 많이 쓰기만하면 크고 튼튼한 작물을 재배할 줄 알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조건 비료를 많이 주는 것이 좋은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작물의 성장 속도도 빠르고 튼튼하게 자라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1~2년 정도 지나니까 염류집적으로 인해 토양이 황폐해지고 작물도 잘 자라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농업을 시작한 1996년부터 10년 동안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맹신했고, 다른 사람들의 농법만 따라했기 때문에 토양이 척박해졌다. 더 두고 볼 수는 없어 황폐해진 땅을 복구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2005년부터 친환경 재배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내 땅에 대해 확실히 알고 나만의 농법으로 작물을 재배하자’는 원칙을 새웠다. 지금은 거름도 본인이 직접 생선, 볏짚, 고추, 당밀, 미생물 등을 넣고 발효시킨 것만 사용한다.

 

무경운, 무투입의 원칙

경운을 하지 않는 이유는 준비 과정이 힘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작물 성장을 위한 것이 가장 크다. 경운하게 되면 지표면으로부터 30~40cm 속의 흙은 매우 부드러워 진다. 하지만, 무거운 농기계가 지나다녔기 때문에 경운이 되지 않은 심층은 뿌리가 자라기 힘들 정도로 흙이 단단해진다.

경운하지 않아도 이전에 생육했던 작물의 뿌리가 자라면서 만들어놓은 길이 있다. 또 지렁이나 곤충들이 흙을 부드럽게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경운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사람의 건강을 위해서 화학비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질소가 많이 포함된 비료에서 자란 딸기는 노화를 촉진합니다. 우리 몸에 필요 이상의 질소가 들어오면 산소를 밀어내기 때문이죠. 그럼 노화뿐만 아니라 호흡곤란 같은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기게 되죠.”

최근에는 하우스 난방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최근 따뜻한 날씨와 기름값 상승의 요인도 있지만 그보다 저탄소 농법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딸기수확체험과 6차산업

최현보 대표는 딸기수확체험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6차산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딸기, 토마토, 당근 등을 이용한 가공품을 만들기 위해 세척기, 파쇄기, 응축기, 살균소독기, 포장기를 갖추고 냉동, 저온 창고도 만들었다.

“사실 처음 체험농장에 특별한 관심이 없었어요. 근데 인근 유치원에서 딸기체험농장을 가기 위해 다른 지역까지 갔다가 오더라고요. 체험농장이란 것이 있는 줄 몰랐는데 알고 보니 수요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딸기수확체험은 매일 운영하며 참가비는 1인당 1만원이다. 농장에 와서 먹고 싶은 만큼 따 먹는 것은 자유다. 수확 한 것을 가지고 갈 때는 스티로폼 한 상자 분량이다. 인근 유치원에서도 많이 오지만 주말에도 평균 40~50명의 손님이 최현보농장을 다녀간다. 단체 교육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도 따로 마련해두었다.

 

소비자의 안목이 높아져야

최현보 대표는 저탄소 농산물을 도자기에 비유한다. 도자기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뚝배기랑은 다르다. 물론 각각 그릇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도자기는 아름다움이라는 가치가 있는 것처럼 최현보 대표의 딸기도 그만의 가치가 있다.

“비싼 도자기도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만이 가치를 알아봅니다. 우리 소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크고 당도 높은 딸기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좋은 딸기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수준도 높아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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