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공무원의 열정 다시보기
농촌진흥공무원의 열정 다시보기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6.12.0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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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농촌진흥사업 성과보고회에 즈음해
정만수 강원도농업기술원 지원기획과장

먹구름 드리운 어느 늦은 가을날!

농가 마당 한켠에서 애써지은 볏가마니들이 일찍 찾아온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 그동안 살아온 애환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우리 민족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배고픔을 해결해 준 쌀! 쌀이 모자라 날카롭게 타갠 옥수수와 보리쌀, 잡곡 등을 강제 혼식하도록 했고, 밥을 할때면 쌀보다 감자, 고구마가 더 많아 사이에 낀 밥을 더 먹기위해 눈치보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 그것도 추억이던가?

그 시절 풍년이 들면 농민 뿐만 아니라 모두가 풍요한 맘을 만끽하며 사회적인 정서마저 긍정으로 바뀌곤 했는데, 지금의 풍년은 그 시절엔 상상도 못했던 부정으로 돌아가 버린다. 쌀이 천대를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국민들도 외면하며 소비량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축산농가들도 편할 날이 없다. 연례 행사처럼 찾아오는 AI, 구제역 등이 농가들과 관계공무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철새들이 주 전염원이라고 하니 하늘에 지붕을 씌울수도 없고 발빠른 대처만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하나는 점점 잦아지는 재해도 예측할 수 없는 고민이다.

필자는 농촌지도공무원이다.

‘97년 지방직화 되기 이전에는 도내 농촌진흥공무원 700여명이 현장을 누비며 농업인들과 동고동락을 해 왔지만, 이젠 그런 모습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400여명 이하로 줄어든 것이 꽤 몇 년 된 것 같다. 농업의 비중이 낮아지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되지만, 예전의 열정들이 그립다.

숫자는 관계없다. 이제 어려움을 겪는 농업, 농촌의 당면한 과제를 우리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 농촌진흥공무원은 농업관련 모든 분야에서 첨병 역할을 해야 한다. 군대에서의 첨병 역할을 잘 알 것이다. 맨 앞에 선다는 것은 위험도 뒤따른다.

하지만 우리 농업인을 위하는 길이라면 위험도 감수해야 하며, 그들을 안전하게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 한다.

우리의 노력으로 농촌에 남아있는 후계세대인 청년농업인과 농업을 직업군으로 계획하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횡성군에서는 관심밖이던 참깨, 들깨를 가공산업과 연계해 고소득 작물로, 영월은 기후변화에 발빠른 대응으로 전국최고의 사과, 포도를 생산해 특화작목으로, 정선 고랭지에 강원도 최대 사과단지를 조성해 금년 품질평가에서 전국 대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양구에서는 한 지도사의 열정으로 남부지방에 주로 재배되던 멜론과 수박을 도입해 전국 품질평가 2회연속 대상수상과 매년 최고 경락가를 기록하고 있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현재 시군마다 작목별 성공 모델들이 많이 눈에 띄고 있다.

이들 모두는 우리 농업관련 공무원들의 열정과, 희망을 갖고 묵묵히 함께해 준 농업인들의 합심협력한 결과라 자평해 본다.

농산물은 스로우푸드다.

제조업처럼 공장에서 바로 찍어낼 수 없는 파종에서부터 수확까지 온갖 환경에 지배를 받으면서 어렵게 생산한 고귀한 상품이다. 이를 천대해서는 큰 벌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곡식 한톨도 절대 헛되이 낭비하지 않았다. 농산물을 천대하는 것은 우리 농업, 농업인을 그렇게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우리가 수행하는 연구, 지도사업도 농업인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그리 충분하지는 못한 것 같다.

전국 찰옥수수 면적의 80%이상이 강원도에서 개발한 미백찰옥수수가 심겨져 있고, 지금도 오륜벼, 오륜감자, 오륜백합, 유색칼라, 씨없는 포도, 다래, 잎새버섯, 기능성 색소옥수수, 누룽지향 고향찰벼 등등 연구개발된 품종과 기술을 농가에 확대 보급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개발한 기술들이 홍보가 부족한 탓인지 신속하게 확대되지 않음이 걱정이다. 물론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농업인들에게 신속히 알리는게 일선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농촌진흥공무원들의 역할이다.

이제 우리 400여 농촌진흥공무원들은 사명감과 열정으로 농업인들과 함께 지금보다 더 열심히 달려야 한다.

오는 11.30~12.1일까지 춘천 베어스호텔에서 농업기술원과 18개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1년동안 추진한 연구개발과 기술보급한 성과를 한자리에서 발표하고 홍보 전시하는 2016 농촌진흥사업 성과보고회를 개최한다.

이 기간에 귀농창업 경진과 청년4-H경진대회도 함께 개최되며, 12.1일에는 도지사님을 모시고 연구, 지도성과 발표와 시상, 명사초청(김홍신 소설가) 특강도 갖게 된다.

도내 관련기관과 단체, 농업인은 물론 마을기업을 이끌어 가는 리동장님들 까지 모두 모여 보고, 듣고, 정보를 공유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길 바라며, 농촌, 농업에 희망의 등불이 하나하나 밝혀 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농업인 혼자의 힘으로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는 너무 힘들고 난제들이 많이 있다. 농업관련 기관, 단체가 공조하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어느때 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그 중에서도 연구, 지도 공무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열정과 사명감을 갖고 첨병으로써의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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