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은 죄가 없다”
“과일은 죄가 없다”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6.11.2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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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우리 과수 농가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 1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 개막식에서 박철선 한국과수농협연합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국내 과수 생산자들을 대표하는 조직의 수장이자 충북원예농협 조합장으로서 절절한 호소의지가 느껴졌다.

개막날 과일산업대전 행사장은 방문객들로 붐볐다.

휴가 나온 군인들, 교복 차림의 중고등학생들, 전국 각지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찾아온 농민과 삼삼오오 놀러온 주부들…. 호기심 어린 얼굴로 행사장을 누비는 소비자들을 보니 국산 과일의 앞날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거란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나 걱정을 놓을 수는 없다. 얼마 전 방문한 안동의 한 사과농장에서, 농장주는 “이것 좀 보시라”며 사과 상자를 내밀었다. 주문 손님에게 택배로 보냈다가 되돌아온 상자였다. 상자에는 파란색 매직으로 ‘수취 거부’란글씨가 휘갈겨져 있었다.

“손님이 지인한테 선물하려고 우리 농장에서 주문한 건데, 받을 수 없다고 되돌려 보냈네요.”

그동안 우려한 ‘청탁금지법’의 부작용을 실제로 겪고 보니 마음이 쓰라리다고 했다. 전국의 많은 과수 농가들이 이와 유사한 사례를 겪었음 직하다.

다가오는 내년 설을 기점으로, ‘청탁금지법’이 과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여실히 드러날 것이다. 물론 우려는 되지만, 바뀌어 가는 소비 트렌드를 아쉬워 하기만 해서는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과일산업대전의 몇몇 시도를 주목할 만하다.

우선, 한국과수농협연합회가 선보인 낱개 포장 사과다.

편의점에서 파는 1개 들이 세척사과보다 포장이 고급스러우면서 들고 다니기 편한 ‘천원 사과’가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사과 포장이 시중에서 파는 조각 케이크 상자보다도 작아 편의성이 돋보였다.

또 한 가지는 다양한 품종의 홍보다.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은 사과나 배의 품종을 잘 모르고 사먹는 경우가 많다. 과일에 품종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에 과일대전 참가 부스들은 ‘추황 배’ ‘황옥 사과’ 등 품종 명칭을 크게 써붙여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들이 한 번 맛보고 마음에 든 과일의 ‘이름(품종)’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 촉진에 도움이 된다.

전시장 여러 부스의 과일 시식 코너에서 ‘맛있다’며 감탄을 연발하던 소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쉽게 키운 과일은 없다는 점이다.

마트에 진열된 모든 국산 과일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땡볕을 견디며 키운 농민들의 진땀이 어려 있다.

수입 과일이 더 싸다고 손쉽게 집어 들기 전에, 더 신선하고 맛도 뛰어난 국산 과일에 한번 더 눈길을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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