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창농' 권하는 사회, 핵심은 정보다
[기자수첩]'창농' 권하는 사회, 핵심은 정보다
  • 이나래
  • 승인 2015.08.14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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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귀농인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정작 내려와서야 알았습니다. 면 사무소에 들렀다가 우연히 그곳 직원이 ‘농가주택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고 말해줘 알게 됐어요. 농업인을 대상으로 각종 정보화교육을 한다는 사실도 군 홈페이지 하단에 있는 농업기술센터 배너를 우연히 클릭해 알게 됐고요.”(충남 예산군, 귀농 4년차 최경숙 씨)

#2. “각 농가만의 노하우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꼭 필요한 정보를 농가가 서로 공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내가 써보고 좋은 제품같은 것은 남들과도 공유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서로 상생하는 거 아닐까요.”(충남 태안군, 귀농 7년차 이용신 씨)

바야흐로 귀농‧귀촌, 나아가 창농(創農)을 권하는 사회다. 과거 귀농이나 귀촌의 주요 동기가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은퇴 후 생활을 위한 것이었다면, 오늘날 귀농‧귀촌의 동기에는 먹고 살기 위한 ‘생계형’ 동기도 포함된다. 어차피 팍팍한 삶, 과감히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살겠다는 것이다. 의도야 어찌됐든 막상 귀농‧귀촌을 하고 나면 결국 가장 큰 고민은 생계로 귀결된다. 언제까지나 ‘번 돈 까먹기’ 식으로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처럼 귀농(귀촌)인들이 농사에 본격 종사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정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 귀농귀촌지원센터, 농업기술원·센터 등 각종 농업 전문기관이 산재해 있다. 이곳들이 제공하는 농업 및 귀농 정보만 하더라도 상당하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귀농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귀농인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의 선별 및 취합이다. 제아무리 많은 정보가 있더라도 꼭 필요한 정보를 가려낼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충남의 농가들은 모두 귀농인 농가였다. 이들이 말한 바는 귀농 후의 불만족도, 도시 생활의 향수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들은 현재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꼭 필요한 농업 정보를 나중에야 알게 됐다거나, 정보를 어디서 찾을지 몰라 애를 먹었다는 등 초기 정보수집에 관한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귀농 및 영농에 관한 정보가 여러 매체를 통해 홍보되고 있지만 정작 귀농인은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는 뜻이다.

결국 시행착오 없는 귀농·귀촌의 첫걸음은 정보인 셈이다. 귀농인에게 필요한 건 먼 미래를 바라보는 정보가 아닌, 당장 자신의 귀농에 적용할 수 있는 정보다. 애써 지은 비닐하우스가 날아가지 않으려면 어떤 장치를 해야 하는지, 귀농지에서 실패 확률이 큰(따라서 처음부터 재배 후보에서 제외해야 하는) 작물은 어떤 것인지 등이다. 집 지을 땅까지 사놓고 귀농했는데 최소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세 들어 산다거나, 아니면 지원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 하지만, 어떤 혜택이 있는지조차 몰라 ‘손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농업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농을 권하는 정부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정보를 생산, 제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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