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직거래 개선 시급하다
농산물 직거래 개선 시급하다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6.08.0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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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화훼 농업을 하는 Y씨는 지방 출장길에 직거래 농가에서 참외 3상자를 구입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참외를 건네며 구매 가격을 밝혔다. 그러자 아내는 좋아하긴커녕 화를 냈다. 집 근처 마트보다 비싸게 샀다는 이유였다.

휴가차 경남의 한 농촌을 방문한 서울시민 K씨도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토마토 농가들이 밀집한 것으로 유명한 그곳에선 도로변에 직거래 판매장이 늘어서 있었다. 그중 한 곳을 골라 가격을 묻자 1상자(10kg)에 2만5000원이라고 했다.

당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개한 토마토 전국 평균소매가격은 10kg당 2만4600원이었다. 또 당시 농협하나로마트 주요 지점은 과잉공급된 토마토를 할인, 주산지 토마토를 5kg당 7000원 선에 팔고 있었다.

이처럼 직거래 농산물 가격이 소매가격보다 높은 경우는 의외로 많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과수 담당자에 따르면, 이 지역 농가들은 요즘 블루베리를 1kg당 평균 2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서울 가락시장 블루베리 도매가격이 kg당 7000~1만1000원(상품·중품)임을 감안하면 결코 싸다고 볼 수 없다.

“가락시장에 출하할 정도의 품질은 아니지만, 어쨌든 판매는 해야 되니 대부분 직거래를 합니다. 하지만 영농 규모가 작다보니 도매시장처럼 kg당 8000원을 받으면 소득 보장이 안돼요.”

해당 담당자는 이같이 설명했다. 그러나 이 말은 곧, 가락시장 품질 기준에도 못 미치는 농산물을 일반 소매가격과 비슷하거나 더 비싸게 판다는 말로 해석된다. 이들이 그렇게 판매하는 근거는 단순하다. “거래하는 농가의 정보를 아니까 믿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이같은 마케팅 행태는 안일하다 못해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로 보인다. 서울의 한 농협하나로마트에선 요즘 농산물의 생산자 정보는 물론, 유통 방식까지 자세하게 공개한다. 예컨대, 기체환경 조절 저장(CA) 사과를 판매하는 코너에 ‘CA’의 뜻과 장점을 설명하는 식이다. 농산물 정찰제는 기본이다.

반면 많은 직거래 농가들, 특히 재배와 현장 판매를 겸하는 농가들은 가격 원천 공개는커녕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더 많다.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진 판매 방식으론 농산물 직거래 산업의 발전은 요원해 보인다. 중도매인들이 유통 마진을 다 떼어간다고 불평하면서도 직거래 가격을 소매가격과 똑같이 책정하는 농가의 이중적 행태는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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