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히고 억울한 현실, 농축산인이 국회로 향했다
기막히고 억울한 현실, 농축산인이 국회로 향했다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6.07.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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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 축산업계에서 공직자나 공무원, 언론인을 아내로 둔 분은 김영란법 규제 대상이니 저녁을 먹고 온 와이프에게 이렇게 물어봐야 합니다. ‘니, 이거 얼마짜리 선물 받고 누구랑 얼마짜리 밥 먹었노?’, 그러면 아내는 ‘니 의부증 있나?’ 할 겁니다. 앞으로 대한민국 가정법원 법관님들, 매우 바빠질 겁니다.(중략) 대한민국 40%가 넘는 농축산물, 특히 한우는 99%가 전부 규제 대상입니다. 정부는 말로는 축산이 기간이니 산업화니 권장하면서 법으로 뇌물 키우는 사람으로 만듭니다…. 과잉규제 아닙니까? 순식간에 한우가 뇌물이 되는 게 비싸고 질 좋은 한우 키운 농가가 잘못해섭니까?”

지난 21일 농수축산물을 김영란법에서 제외하자는 주장을 골자로 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의 대규모 집회에서 이병규 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기막히고 억울한 한우를 비롯한 축산농가들의 심경을 토로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정해진 금액 상한액이 현실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규제범위가 지나치게 폭 넓고 부정청탁과 뇌물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소농민과 영세축산인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 김영란법이 통과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농축수산물을 제외하자는 개정안이 3건이나 발의됐다. 그 가운데서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명시한 축산물을 명절이나 특정 기간 내 사교나 의례를 목적으로 하는 선물을 제외해야 한다는 꽤 구체적인 발의안도 있다. 이는 부정한 거래와 청탁을 위한 뇌물과 민족 정서와 문화의 일환인 선물을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으며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금액 상한선 문제로 인해 국산 과일이나 한우에 대한 수요가 외국 농축산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 김영란법에서는 간과된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선진화를 위한 첫걸음을 떼는 데 왜 이리 생떼를 부리냐며 비아냥하기도 한다. 그러나 생업에 직격타를 맞는 농가들의 억울함을 곡해하는 시선은 과연 올바른 것일까? 누군가 시위 현장에서 배를 가르고, 몸에 불을 지르는 유혈사태와 인명피해가 발생해야만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재평가할 법한, 소위 일부라 칭하는 이들의 정서와 반응을 바라보는 필자의 심경 또한 먹먹하다.

농축산농가가 서 있는 현 상황은 당장 9월 28일 법제화가 되면 예상되는 7000억원에 이르는 매출 감소라는 절벽 언저리쯤이다. 그들에게는 이미 정부 차원에서 고급화가 진행됐고 값이 올라 버린 농축산물의 가격대를 재조정할 수 있는 협상권도, 시장 유통 구조와 맞서 싸울 여력도 없다. 그래서 이 무더위를 뚫고 전국 각지에서 여의도를 향해 몰려든 것이다. 시행도 전에 개정안을 내는 현 상황을 결코 촌극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이것이야말로 탁상행정과 현장과의 괴리이자 어그러져 있는 현실의 적나라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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