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해충과의 총성 없는 전쟁,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외래해충과의 총성 없는 전쟁,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6.07.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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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장마 끝자락이 무더운 여름으로 이어지면서 휴가를 떠나는 나들이객들로 분주한 계절이다. 나무그늘에서 맞이하는 시원한 바람과 새소리, 나비들의 춤사위는 가히 생각만으로도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하지만 요즘 숲이나 공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다름 아닌 외국으로부터 침입한 해충이 토착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선녀’라는 두 단어는 우리에게는 그리 부정적인 이미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단어들이 만나 이름 붙여진 ‘미국선녀벌레’는 2009년에 우리나라에 처음 침입하여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골칫거리 외래해충이다. 미국선녀벌레 뿐이랴. 현장에서, 특히 해충 연구를 하고 있는 필자는 최근 들어 전에 보지 못했던 해충들에 의한 민원을 부쩍 많이 접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을 돌이켜보면 외래해충의 국내 발생이 부쩍 늘고 있다. 몸체가 크다는 이유로 일반 시민까지 잘 알고 있는 꽃매미가 2006년에 발생했고, 이어 미국선녀벌레, 2010년에는 갈색날개매미충까지 줄줄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꽃노랑총채벌레, 담배가루이와 같이 눈에 잘 띄지 않는 해충까지 생각해 보면 사실상 지금 농업현장에서 메이저급 해충이 대부분 외래해충이라 여겨질 정도이다. 2000년대 이후 약 60여종의 외래 병해충이 유입되었고 또한 현재도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래 병해충에 대해 꼼꼼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외래해충의 국내 침입과 돌발적 발생의 원인은 몇 가지로 꼽아볼 수 있다. 첫째 FTA 체결 등 국제교역량이 증가하면서 해충의 국내 유입 기회도 높아졌다는 것, 둘째 경험이 없는 외래종을 인식하지 못해 방치했다는 것, 셋째 국내 생태계에는 외래종의 밀도를 억제할 수 있는 천적의 역할이 없다는 것, 넷째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로 외래해충의 번식량이 증가했다는 것 등이다. 사례를 들어보면, 꽃매미는 중국 상해와의 교역선 컨테이너에 알이 붙어 들어온 것이 유전적으로 밝혀졌고, 포도에 피해가 심해지면서 방제 필요성을 인식했으며, 당시에는 새들조차 처음 보는 꽃매미를 선뜻 잡아먹질 못했다. 더욱이 따뜻한 겨울날씨는 아열대성 해충인 꽃매미 발생면적을 최초로 발견되었던 2006년 1ha에서 2009년에는 2,946ha로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국가차원에서 외래해충에 대한 대응은 신속한 편이다.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각도 농업기술원, 시군농업기술센터가 연계해서 외래해충에 대한 법적제도 마련, 방제단을 구성함은 물론 피해진단과 예찰법 개발, 신속한 약제선발, 방제기술의 보급 등으로 확산을 저지시키는 어느 정도 성과는 거두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줄지어 발생하는 외래해충에 대한 국가차원에서의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없다는 것이다. 외래해충이나 돌발성 해충이 새로 유입되는 지역에서 우왕좌왕하는 것을 볼 때, 3~5년으로 구성되는 공동연구만으로는 급한 불만 끌 수밖에 없다. 앞으로 더 많은 외래해충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가와 지자체가 연합된 장기 모니터링과 대응기술 개발에 대한 장기프로젝트가 절실히 필요하다. 외래해충에 대해 천적자원을 활용하는 생태계 기반의 대응연구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전문성을 요하는 작물보호 담당부서의 확대와 전문가의 인사이동을 최대한 자제할 필요가 있다.

최근 외래해충과 접하면서 “Mountain high, Valley low”라는 외국 속담을 자주 떠올린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양면성을 말하는 것이다. 지구상에 막내로 태어난 인간의 문명은 획기적으로 발달하고 있지만, 그 문명의 반대편으로 병해충이 확산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국선녀벌레가 인간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자동차, 비행기, 배를 타고 멀리 그리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구나 고속도로 휴게소, 공원 등을 거점으로 외래해충이 확산되고 있는 많은 사례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자연생태계의 품에서 이루어지는 농업, 농업은 생명산업이 분명하다. 보다 좋은 품질과 수량을 위해서 인간은 작물을 병해충으로부터 보호하며 특정부위를 키워왔다. 농작물은 어쩌면 기형식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적응력이 뛰어난 자연생태계는 다르다. 산림에서 미국선녀벌레는 산림곤충으로 밖에 여겨질 수 있겠지만, 이 해충이 산림을 벗어나 농경지로 들어오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필자가 산림, 녹지, 공원 등 농업생태계와 인접한 분야와의 공동대응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 메르스(MERS) 사태는 인간이 매일 섭취하는 농작물에게 치명적인 외래 병해충 사태로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를 대비해 국가와 지자체는 외래 병해충에 대한 장기적인 대응 매뉴얼, 방제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자연을 보존하고 그 위에 경쟁력 있는 농업을 꽃 피워야 하는 지금이야 말로 외래 해충과의 총성 없는 전쟁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중요한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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