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농약 육묘로 미래 시장 개척
무농약 육묘로 미래 시장 개척
  • 이혁희·조은아 기자
  • 승인 2016.05.16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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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육묘영농조합법인 안광필 팀장
여주육묘영농조합법인 안광필 팀장이 무농약으로 재배된 모종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토마토, 오이, 수박 무농약 모종 재배

여주육묘영농조합법인은 1993년 준공 이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육묘 산업의 대표 주자로 발돋움하고 있다. 경기도 남부에 위치해 기후 조건이 사계절 육묘 생산에 최적으로 전국 최대 벼 못자리 생산으로 이미 전국 원예농가들로부터 인정받았다. 가지, 오이, 토마토, 수박, 고추, 피망, 참외, 호박, 파프리카, 멜론 등 과채류의 접목, 실생묘와 엽채류 모종의 우수한 품질도 농가로부터 사랑받는 비결이다.

여주육묘영농조합법인은 지난해 4월 국립농산물품질 관리원 여주사무소로부터 무농약모종 인증을 받았다. 2세 경영인 안광필 팀장이 무농약 육묘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언제나 떳떳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모종을 구입할 때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기준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인데요. 떳떳하게 하고 싶은 마음, 구구절절 설명하기 싫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처음 무농약 육묘를 시작할 때의 기준은 작물의 본질에 다가선다는 마음이 기준인 동시에 노하우였다. “관행으로 모종을 키울 때의 영양상태, 온도, 습도, 야간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 모종 스스로가 면역력을 키워 약을 사용하는 횟수가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잘해보려고 비료를 바꾸거나, 생육을 촉진하는 것보다 작물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무농약 육묘 노하우에 대해 설명하는 안광필 팀장.

여주육묘장에서 무농약으로 키우는 묘는 토마토, 오이, 수박이다. 안 팀장은 1년 동안 시설하우스 1동을 친환경 육묘장으로 가동시켰다.

무농약 인증 시 자재 목록 신고, 일지 작성, 영수증까지 일일이 제출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고 아직까지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실정이지만, 전국에서 농민들이 찾아올 때 보람을 느낀다.

“1년 전 무농약 육묘를 처음 시작할 때와의 차이점은 비료 사용량이 줄고, 생육기간이 10일 정도 줄어든 것입니다. 여기에서 생육기간이 더 줄어든다면 부작용이 생길 것 같아, 작물의 본질에 맡기고 있습니다.”

“친환경 육묘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

안 팀장은 무농약 육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라고 강조한다.

“핵심은 공기, 물, 포트 안의 온도를 잘 맞춰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몇 도가 정답인지는 모릅니다.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습니다.”

여주육묘영농조합법인에서는 무농약 육묘 시 트레이 안의 모종을 하나 건너 배치한다. 이로 인해 일반 육묘 대 비 1.3배의 공간이 필요하다. 인력 또한 마찬가지다.

“건너 빼주는 작업을 할 때에는 인력이 더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 작업으로 인해 선별 시간이 줄어드는 게 장점이기도 합니다.”

“시장 투명활수록 친환경 모종 가격 오를 것”

무농약 육묘는 관행 농법으로 키운 모종에 견줄 수 있는 수준의 품질이어야 한다는 관점도 있다. 안 팀장은 현재 육묘장 내 시설 하우스 4동, 9917㎡ (3000평)를 관리하고 있다. 혼자서 3만3057㎡(1만평)도 관리할 수 있지만, 지금은 기본에 충실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모종의 특성을 알아야 균일한 품질의 모종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작물의 이해도를 높이면서 무농약 모종의 대량 생산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여주육묘영농조합법인의 현재 무농약 모종 매출은 연간 3억원 수준이다.

“올해는 일반 모종보다 주당 약 50원 정도를 더 받고 있습니다. 농관원의 무농약 검증이 규정대로라면 모종 가격은 주당 200~300원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무농약 모종은 시장이 투명해질수록 거래 가격이 더 오를 전망이다.
 

국내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은 “종자는 유기농산물 인증기준에 맞게 생산·관리된 종자를 사용하여야 한다. 다만, 일반적인 방법으로 유기종자를 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민관학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공정육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길을 모색하는 ‘한국공정육묘연구회 2016 1차 현장 토론회’에서 진정한 유기농산물은 종자와 육묘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으며, 미국이나 EU 등 선진국의 엄격한 법조항이 소개되기도 했다. 국내에도 친환경농업단지 중심의 친환경 육묘장 구축, 관련 사업과 법령이 정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농약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자신만의 노하우와 원칙을 고수한다. 현재로서 사업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법 정비 이후에는 단가 경쟁력이 생겨 일반 육묘보다 더 들어가는 시간, 인력, 비용 등에 대한 부분을 차별화된 단가로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잘 되는 이유도 알아야 시행착오 안 겪어”

“육묘는 일정한 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번 도전해볼 만 한 것 같았습니다.”

2세 경영인이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남들과 같이 물 주는 것부터 배웠다. 하나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경험과 노 하우를 쌓아나가고, 시행착오를 통해 깨닫기도 했다.

“잘 안 될 때의 원인 파악은 모든 사람들이 잘합니다. 그러나 잘 될 때의 원인에 대해서는 파악이 안돼 시행착오를 또 겪는 것입니다. 육묘를 시작한지 만으로 4년이 되었는데요. 지금 겪는 시행착오가 마지막이었으면 합니다.(웃음)”

안 팀장은 무농약 육묘의 규모를 더 이상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한다. “내실을 기해 계절별 매뉴얼 구축 등을 통해 회전률을 높이는 데 더 중점을 둘 것입니다.” 안 팀장은 유기농 농산물은 관리가 더 어려워 수확량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무농약 농산물 재배는 관행 농법 재배에 비해 수확량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무농약 모종 시장이 향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를 위해 무농약 모종 재배에 뛰어들어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한다는 각오다. “무농약으로 육묘하고 싶으신 희망자나 육묘장이라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함께 잘 살아야 하잖아요.(웃음) 연락 주시는 분들에게 무농약 육묘에 대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하려고 합니다.”

이웃 농가에게 상표라도 들킬 세라 꼭꼭 감춘 농촌의 약제병과 상반된 모습이다. 보는 사람을 절로 미소짓게 하 는 안 팀장의 오픈 마인드가 무농약 육묘 시장의 미래 동력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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