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소비 촉진이 답일까
과일, 소비 촉진이 답일까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6.04.18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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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 현재, 전국의 대형마트에는 수십 종의 과일이 동시 판매되고 있다.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만 하더라도 사과, 배, 딸기, 블루베리, 한라봉, 수박, 참외, 파파야멜론, 토마토 등 다양한 국산 과수(과채)가 진열돼 있다. 수입 과일을 자유롭게 취급하는 다른 대형마트는 소비자 선택의 폭이 훨씬 더 넓다.

저장·재배기술이 전보다 더 발달해 출하 기간이 길어진 국산 과일. 그런데 과연 국가 차원에서도 이것이 바람직한 현상일까? 언론에서는 수입 과일만이 국산 과일의 ‘공공의 적’인 것처럼 떠들어 대지만, 사실 출하 기간이 같은 과일은 원산지를 불문하고 서로 경쟁 관계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24년간 과일 수입량은 18배 증가해 2014년 기준 연간 총 70만t의 과일이 수입됐다. 수입 품목도 과거처럼 바나나, 파인애플 위주가 아니라 망고, 자몽, 블루베리 등 다양해졌다.

그렇다고 싼 과일을 찾는 소비자들을 탓할 수는 없다. 시장 경제 원리에 따라 낮은 가격의 상품이 경쟁력을 갖는 건 당연하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과일을 수입해서라도 먹겠다는 욕구를 탓할 수도 없다.

그럼 현재 우리나라 과일 산업 현황은 어떨까. 국산 과일 품목이 다양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사과, 배, 포도, 감귤, 단감, 복숭아 이상 6개 품목이 전체 국산 과일 생산량의 81%를 점유하고 있다.

품목별 품종 편중도 심각한데, 배는 제수용‘신고’ 품종이 80%를 웃돌고, 사과는 여전히 ‘후지’ 품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달고 작은 과일을 원하는데, 생산되는 과일은 여전히 40~50년 전 그대로다.

그나마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은 블루베리는‘돈이 된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재배 농가가 단기간에 급격히 늘어나, 불과 몇 년 새 신규 재배의 자제를 권유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서울 서초구에서 묘목업을 하는 A업체 대표는 “블루베리 한다는 농가 있으면 뜯어 말립니다. 포화 상태 된 지 오래에요”라고 말할 정도다. 사과, 배와 달리 블루베리는 저가 외국산이 연중 수입된다는 사실도 시장 포화 요인의 하나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계절마다 연례 행사처럼 벌이는 과일 소비 촉진 행사가 과연 실효성은 있는지 의문이다.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행사 한다고 해서 판매량이 확 늘지는 않아요. 전반적으로 홍보를 하는 의미”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과일의 맛과 효능을 몰라서 안 사먹는 소비자는 없다. 결국 핵심은 가격 경쟁력이다.

따라서 정부는 겉만 요란하고 실속은 없는 이벤트 행사 외에,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국산 과일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생산비를 낮춰야 한다. 생산비 절감 기술의 개발을 개별 농가에만 맡긴다면 안 될 말이다. 이제는 소비를 촉진하기보다, 생산 경쟁력을 갖출 방안을 국가 차원에서 연구, 공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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