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 설탕 만들어 귀촌에서 6차산업으로
고로쇠 설탕 만들어 귀촌에서 6차산업으로
  • 정준영 기자
  • 승인 2016.02.15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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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다시 사업에 뛰어든 권현남 회장
권현남 대표

풍광 좋은 무주에서 노후 보내기 위해 왔는데
여의도에서 사업하던 그녀는 그동안 벌어둔 돈으로 노후는 즐기면서 살기로 마음먹었을 때, 무주의 청정하고 공기 좋고 신선한 바람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울을 떠나 몸 둘 곳을 무주로 결정했다.
노후를 보내러 가자마자 사람들과 친해지기는 힘든 법. 15년 전 무주 무풍면에 집을 준비하고 주말마다 내려와서 지내며 주변 사람들과 친목을 쌓아 나갔다.
귀촌하려고 준비하던 권 회장에게 6차산업으로 가게 되는 전환점이 생긴다. 권 회장의 남편이 당뇨로 고생하면서 단것을 먹고 싶어 했지만 당뇨 때문에 먹지 못 했던 일이다. 설탕 대신 무주에서 유명한 고로쇠 수액을 먹으면 괜찮았지만 봄철 짧은 시간만 먹을 수 있던 것이 문제였다.
 

고로쇠 수액 오래 보관하기 위해 분말화
고로쇠는 단풍나무 과에 속한 나무로 캐나다의 단풍나무에서 수액을 추출해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것처럼 고로쇠에서도 수액을 채취할 수 있다. 하지만 고로쇠 수액 채취 기간은 메이플 시럽 채취 기간보다 짧은 2월 말에서 3월 중순의 잠시뿐이다. 심지어 고로쇠 수액은 금방 변질되기에 오래 두고 먹기 힘들다.
고로쇠 수액을 오래 먹지 못하는 이유는 수액 안에 많은 영양물질이 포함되어 있지만 높은 수분함량으로 금방 세균이 증식해서다. 권 회장은 장기 보관할 수 있도록 음료로 만들 생각을 했지만 고로쇠 음료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남편이 당뇨로 고생하는데 단 걸 못 먹었어요. 고로쇠 수액은 괜찮았지만 오래 보관이 안 되잖아요. 오래 보관할 방법이 없을까 하고 연구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음료를 생각했는데 경쟁이 심해서 다른 방법을 찾다가 분말화하는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남편이 당뇨, 심근 경색이 있었는데 이젠 고로쇠 수액을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물에 타면 바로 고로쇠 수액
“물에 타면 고로쇠 수액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샐러드에 뿌리거나 빵 만들 때도 쓸 수 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분말은 경쟁력 있는 아이템이었다. 2009년 특허도 받았다. 뭔가 하나를 하면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권 회장의 성격상 이 아이템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마침 무주는 고로쇠로 유명한 곳. 무주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2014년 완공된 공장은 다음해 위생관리 시스템인 해썹(HACCP)인증도 받았다. 아직 초기 단계라 사업을 크게 벌일 수도 없어 직원은 본인을 포함해 3명뿐이지만 전 과정을 자동화해 아직은 이 인원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덕유산에서 채취된 고로쇠 수액은 1차로 농축 시럽으로 만들어진다. 수액 60L로 농축 시럽 1L를 만들 수 있다. 일단 이 상태로 보관하면서 시럽을 다시 분말로 만든다. 작년 4월에 판매를 시작했는데 벌써 작년 매출이 2억. 시작 첫해라는 것을 생각하면 순조로운 출발이다.
 

해외 박람회 중심으로 홍보 시작
해외 박람회를 중심으로 고로쇠 설탕 홍보를 시작했다. 유럽에서의 반응은 좋았다. 초창기부터 해외로 눈을 돌린 이유가 있다. “한국 사람들은 새로운 식품은 잘 먹으려고 하지 않아요. 국내 박람회를 나가 고로쇠 설탕이라고 말하면 처음에는 먹어도 되는 거냐고 물어봅니다. 된다고 하면 진짜 고로쇠냐고 물어봐요.”
그렇다고 국내 시장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 좋은 물건이라 하더라도 알아서 잘 팔리는 것은 아니기에 6차산업에서도 홍보는 중요하다. 충분한 자본만 있다면 공중파 방송으로 홍보했겠지만 자금이 많지 않아 지금은 SNS나 구전을 통해서 홍보하고 산림청 지원으로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조만간 케이블 방송에 광고를 내보낼 생각입니다. 작년에 매출 2억을 했으니 올해는 5억 정도 해야죠.”
권현남 회장처럼 귀촌했지만 좋은 아이템을 발견해 귀농이나 창농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도시를 떠나는 사는 일도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하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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