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수익 올리는 농장 따지고 보면
억대 수익 올리는 농장 따지고 보면
  • 정준영 기자
  • 승인 2016.01.18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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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에서 반시 가공을 통해 억대 순수익을 올리는 농가를 방문했다. 그가 올리는 순익은 1억 5000만원 정도. 남들이 보면 대단하다고 놀랄 정도지만 본인은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이 버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무슨 말을 하는가 싶지만 많은 농가를 다녔기에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사실 그 돈에는 빠져있는 항목이 있다. 가족 인건비다.
가족들은 돈을 받지 않거나 용돈 수준으로 받기 때문에 순익에서 빠져 있다.
취재한 농가에서 일하는 가족은 부부, 부모님 그리고 부인의 동생까지 5명이다. 순익이 1억 5000이라고 했으니 5명으로 나누면 연봉 3000만원 정도다.
그 정도면 중소기업 연봉 수준이다.
단순하게 사람 수로 나눈 것이라 단순히 1인당 연봉 3000만원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억대 수익을 올리는 농부라고 해서 실제로 큰돈을 번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뜻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전에는 억대 매출을 올리는 농가라고 홍보했던 것을 생각하면 많은 발전이다. 매출에서 지출을 빼면 수익이 얼마였던 것일까? 그동안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을 생각하면 억대 수익이라는 것도 그다지 많이 늘어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결국 농사를 지어서 수입을 크게 올린다 하더라도 연봉 2000~5000만원 받는 일이라 생각하면 딱 맞다. 심지어 억대 수익을 올리는 농가도 소수에 불과하다. 어떤 직업이든 최상위급의 수익이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큰 문제다. 최상위급 농부의 수익이 이 정도라면 그 이하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농사로 돈 번다고 홍보는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농가의 수익이 그리 높지 않은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기형화된 유통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유통단계가 많으니 중간 상인이 약간의 마진만 붙여도 소비자는 비싼 가격을 주고 사먹어야한다. 농가에서 가격이 약간만 올라가도 소비자는 비싸서 농산물을 먹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라 정부는 물가조정을 위해 산지 가격을 낮춘다. 농민들은 돈을 벌고 싶어도 벌 수 없게 된다.
아무리 강소농을 육성하고 6차산업이 부흥하더라도 왜곡된 유통망 하에서는 농가가 제대로 운영되기가 힘들다. 선진국의 인건비가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가격은 한국보다 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유통 시스템의 차이에서 나온다. 유통 시스템을 개선하기 전에는 농민은 수익을 더 높이지 못하고 소비자는 농산물을 비싸게 주고 살 수 밖에 없다. 국산 농산물이 비싸면 싼 수입농산물을 찾게 되고 수입농산물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든다. 농업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의 핵심이 유통임은 자명하다.
유통만이 아니라 농가의 수익을 낮추고 물가를 올리는 다양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하나씩 이 문제를 해결해 농업에서 돈을 버는 농가들은 억대 수익을 올리는 ‘농가’가 아니라 한 명이 억대 수익을 올리는 ‘농민’이 기사를 장식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정부가 억지로 키우는 농업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자라는 농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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