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을 떠나 농사를 선택하다
대기업을 떠나 농사를 선택하다
  • 정준영 기자
  • 승인 2016.01.11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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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서 오랫동안 꿈꾸던 농업을 선택한 손영진 씨
대기업을 떠나 농사를 선택한 손영진 씨

손영진 씨는 16년간 다니던 한국 야쿠르트를 그만두고 돌연히 귀농을 선택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돌연한 선택으로 보였지만 그에게는 오랫동안 바라던 꿈을 향해 가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10년 전부터 자신은 귀농하겠다고 항상 이야기를 해왔었던 차다.
서울대 농업교육학과에서 농업을 전공했던 손 씨는 농업 교육의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임용고사에 낙방하면서 일반 회사에 입사했던 것이다.
회사를 그만둔 후 그는 3.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농수산대에 합격했다. 그리고 졸업 후 본격적인 농업에 뛰어들었다.

바로 귀농하면 실패 확률 높아 농수산대 진학
“귀농한 선배들을 보니 바로 가면 실패하기에 먼저 공부를 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농수산대는 현장 실습도 있고 농수산대학 출신들이 자리를 많이 잡은 것 같아 향후 농업을 하려면 농수산대 진학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죠. 농수산대를 다니면 웬만한 농업 정보는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단편적인 정보가 많아서 체계적인 배움을 위해 1대1, 2대1 멘토가 필요하더군요.”
재작년 2월 졸업 후 충북 음성에서 농사를 시작했으나 음성은 인구가 적어 멘토 등의 도움을받을 사람도 마땅치 않고 시장도 빈약해 포기했다.
“기존 농민과 경쟁하기엔 규모나 품질 경쟁력이 없었고 물류비가 많이 들었습니다.” 귀농한 사람들이 경쟁하기에는 도시민들과 직거래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해 김포로 이전, 이곳 로컬푸
드 매장에 납품하는 농가들이 잘 재배하지 않은 시래기 무와 미니 단호박을 친환경으로 재배하는 것으로 품목을정했다.

재배기술 부족하면 전략으로 극복
손영진 씨가 키우는 작물 중 미니 단호박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일반판매와 가공판매를 같이 할 수 있어서다. “미니 단호박으로 향후 이유식이나 아침 식사 대용 등 응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습니다. 가공과 생식이 같이 가능해야 상황을 보고 대응이 가능해요.” 앞으로는 땅콩 호박, 여주 등 키우는 호박 품종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한다. 하지만 품목을 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품질이다.
귀농 초창기의 판매루트 부족은 지인을 통한 판매로 해결하는 일이 많다. 손영진 씨는 그것도 1~2년뿐이라고 단언한다. “처음이야 품질이 떨어져도 사주지만 계속 품질이 안 좋으면 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인 판매에 맛들이면 안돼요. 게다가 모르는 사람이면 비싸다고 뭐라고 하지 않고 비싸면 사지 않지만 아는 사람이면 비싸다고 합니다.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계속 판매가 가능합니다.”

시설 재배로 점차 전환 계획
경쟁력을 올려야 하는 이유 중 특히 중요한 것은 비싼 땅값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땅값이 너무 비싸요. 밭 3.3㎡당 20만 원 정도인데 농산물이 너무 저렴하게 형성되어 있어서 수익을 충분히 내기 힘들죠. 이런 상황에서 100시간 귀농 교육을 받은 것 정도로는 농사로 투자비용 이상을 벌기가 힘들어요. 땅값이 오른다면 몰라도요.”
“품질을 균일하게 재배하려면 시설이 꼭 필요합니다. 온도, 습도, 양분을 컨트롤해서 맛과 크기를 균일화할 수 있어요. 무슨 작물이든지 중 이상만 받으면 돈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으면 안 되고 상황에 따른 대응이 중요합니다.” 손영진 씨는 향후 감자나 딸기 등으로 체험 위주의 테스트를 할 계획이다. 길가에 있어서 직거래가 많고 도시와 가깝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공동체가 필요하다”
계속될 귀농 가구가 정착하고 안정된 생활을 위해서라면 개별 농가로 활동하는 것이 아닌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귀농이 체계적으로 되려면 정착에 성공한 사람이 판을 벌여서 새로 온 사람들이 2~3년 정도 보호를 받으며 기술을 전수하는 공간이 필요해요. 농업도 규모
가 되어야 자기 가치를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각자가 농사를 지어도 모여서 해야 합니다. 농업 현장은 회사처럼 운영될 수는 없지만 어떻게든 시스템을 만들어서 극복할 필요가 있어요.”
특히 6차 산업은 시스템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6차산업을 하려면 가공과 판매를 맡을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개별 농가나 영농조합 법인에서 가공 시설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어요. 거기서는 잠깐 사용되고 기계가 계속 놀게 돼요. 가공 시설은 군 단위나 면 단위에 하나씩 있어야 기계도 계속 돌고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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