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삶의질 토론회
‘반쪽짜리’ 삶의질 토론회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6.01.11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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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어촌 삶의질 향상 정책 대토론회’가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농식품부와 농촌경제연구원이 주최한 행사였다. 우리 농정의 큰 화두인 복지를 다루는 토론이었기에 기대가 컸다.
막상 시작한 토론회는 그러나 김 새는 느낌이었다. 준비된 좌석들이 많이 비어있는 현장 상황이 그랬고, 토론보단 성과보고회 성격이 큰 진행 흐름이 그랬다. 명색이 정책 토론회인데, ‘정책 고객’인 농업인은 1명이 초청됐을 뿐이었다. 어업인은 아예 논외였다. 이번 토론회에서 아쉬웠던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패널 구성이다. 종합토론에는 좌장을 제외하고 총7명이 패널로 선정됐다. 그중 농업인 측은 옥천살림협동조합 관계자 1명뿐이었다. 그나마 ‘중립’으로 칠 만한 이는 국민일보 모 기자와 대학교수였다. 나머지는 정부 측이었다. 또 명색이 ‘농어촌 삶의질 토론’인데 어업인은 한명도 없었다. 어업인이 해양수산부 소관이어서 그랬다면, 명칭부터 어업을 빼고 ‘농촌 삶의질…’로 했어야 했다.
둘째, 주제발표의 모호성이다. 이날 지천생태모임 복권승 대표와 유수상 농촌복지실천가 협회장이 각각 농촌 도랑 살리기와 농촌 지역모금, 기부운동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런데 농업 종사자가 아닌 어린이들이 농촌에서 도랑치고 가재잡는 것이 농촌의 복지와 과연 밀접한 관련이 있을까? 기부금을 농촌 빈곤층에 전달하는 행위가 과연 농촌 정책의 사각 지대를 근본적으로 보완할 수 있을까? 각 행위 자체의 유의미성 여부를 떠나, 농촌 거주인들이 제일 불편해하는 사항, 즉 교통·의료 나아가 농산물 가격 하락에 따른 가계부채 해소와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인다.
셋째, 토론의 성격이다. 이날 유일하게 직언을 한 이는 바로 옥천살림협동조합 주교종 상임이사다. 주 이사는 “현장에서 (복지 정책의)체감 온도는 거의 없다. 나아졌다는 걸 느끼기 어렵다. 과거에는 빚 때문에 음독자살 하는 농업인이 많았는데, 요즘엔 고독사하거나 자살하는 농촌 노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앙 정부가 지역의 복지를 영속적으로 책임지는 구조는 어디에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술 더 떠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농촌 생활 만족도 조사결과 긍정적 응답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라고 자평했다. 이러한 설명은 농업인들을 시혜와 계도, 구제의 대상으로 보는 정부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삶의 질 정책에 10년간 58조원을 쏟아 부었는데, 과연 농민들은 좋아졌다고 느낄까? 예나 지금이나 농촌 주민들은 가장 큰 불편요소로 ‘교통’을 꼽고 있다. 아직도 노선별로 버스가 하루에 1회만 다니는 농촌 지역이 수두룩하다. 가장 불편한 요소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다른 복지 정책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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