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산업 ‘올인’의 진짜 속내
6차 산업 ‘올인’의 진짜 속내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5.11.23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농민은 과일 한 개를 팔아 얼마의 이익을 남길까. 과일 1000원 어치를 팔아 인건비·자재비를 충당하고, 비로소 얼마를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을까. 이와 관련, 최근 한 농민의 절박한 ‘호소’를 들었다.
경남에서 단감 농사를 하는 농민을 취재하던 중이었다. 인터뷰 도중 그는 ‘이제 농사로는 생산비도 못 건지는 시대가 왔다’고 장탄식을 했다.
물론 모든 농가가 다 그렇다는 건 아닐 것이다. 그의 요지는 이랬다. 대부분(?)의 농업인들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정부에 대한 인식이 꽤나 회의적이었는데, 정부가 보조금만 ‘찔끔’ 주고 FTA를 하는 것은 ‘밥 한 끼 사주고 모든 문제를 무마하겠다는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이쯤 되면 그가 빈농이거나 각종 지원에서 소외된 농민이 아니겠느냐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밝히건대 그는 상주 직원을 8명이나 고용하고 있으며,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등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숱한 인증과 표창을 받았다.
그가 운영하는 농장은 성수기 때 일일 방문객이 300명이나 될 정도로 ‘호황’이다. 단감을 수확해 판매하기도 하지만, 감 따기 체험으로 판매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체험 소득이 연간 소득의 절반에 달한다.
그는 최근 연간 수입 중 체험 수입의 비중을 늘렸는데, 만약 직접 따서 파는 게 더 이득이었다면 굳이 체험 판매에 주력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반면 감 가공식품 생산은 이전보다 줄였다. 역시 손익과 관련된 것일 테다.
이 농민처럼 농작물을 생산·가공 하고, 농장을 관광지로 활성화한 것이 바로 6차 산업이다.
6차 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 첨단영농과 더불어 몇 년째 농업계의 가장 ‘핫’한 화두요, 우리 농업의 핵심 사업으로 의심의 여지없이 장려되고 있다.
하지만 생산비도 못 건진다는 농민의 한탄을 간과할 수 없는 건 기우일까. 훨씬 전에 또 다른 농민이 했던 하소연도 귓가에 선명하다. 그는 ‘6차 산업을 하면 걸벵이(‘거지’의 경남 사투리) 된다는 건, 웬만한 농민들 사이에 퍼진 속설’이라고 혀를 찼다.
어쩌면 많은 농민들이 6차 산업에 뛰어드는 건 결사적 몸부림은 아닐까. 농작물을 가공해 팔고 관광 상품으로도 만든다는, 꿩 먹고 알 먹고 식의 순도 100% 낙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살아보려고 최후에 도전하는 일종의 봉착 상태 말이다.
비(非) 농민들이 덮어놓고 긍정하는 농업 6차 산업화의 진짜 속내는 정말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농업 소득률, 즉 농업 총수입에서 경영비를 차감한 비율이 매년 감소 추세에 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2014년 기준 농업 소득률은 32%에 불과하다. 결국 우리 농민은 1000원어치를 팔아 320원의 이익만을 얻는 셈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