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너무 많은 농업 행사, 한산한 박람회
11월 너무 많은 농업 행사, 한산한 박람회
  • 정준영 기자
  • 승인 2015.11.23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준영 기자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이 낀 11월은 농업 관련 행사가 많다. 박람회만 하더라도 대전국제농업기술전, 김제농업기계박람회, G푸드 비엔날레, 슬로푸드 국제 페스티벌, 첨단농업기술박람회,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 등이라 11월 달력에는 행사 일정이 빽빽이 적혀 있다.
농업전문지 기자들은 행사를 따라서 전국으로 흩어졌고 본인도 박람회나 행사를 따라서 전국을 떠돌았다. 그래서 그런지 종종 무슨 성명서를 낼 때나 기자간담회는 전과 달리 모인 기자가 적었다. 모 단체에서 성명서를 내는데 얼마 전엔 북적북적했을 기자들이 그리 많지 않으니 나라도 열심히 취재해야겠다는 마음마저 들 정도였다. 행사가 있어도 해야 할 일은 거의 그대로 있으니 기자들은 전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바쁜 사람은 기자보다는 업체 관계자들이었다. 박람회가 계속 있으니 한 달째 집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게 바쁘게들 움직였지만 한 번에 많은 박람회가 열리니 업체와 관람객이 분산돼 어딜 가나 한산한 분위기였다.
그래도 관람객이 북적거렸던 진주국제농식품박람회였지만 관람객 중 농업과 관련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100명 중 2명 정도나 관계있는 사람이라 바쁘기만 했지,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농업 쪽을 취재하다 보면 어떤 것이 잘 된다고 하면 우루루 몰려들어 공멸하는 것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다. 농산물도 그렇고 농자재도 그렇다. 농산물에서는 몇 번이나 보는 일이다. 요즘은 ICT가 잘된다고 하니 벌써 60여 개의 ICT관련 회사들이 생겼다고 한다. 이젠 박람회까지 그렇게 되고 있으니 그 끝도 어떻게 될지 뻔하게 보인다. 2년 후에는 몇 개의 박람회가 살아남을까.
농민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세세한 회사를 구분하지 않는 일이 많았다. 농민만이 아니라 사람들은 자신이 자세히 모르는 분야는 뭉뚱그려생각하기 쉽다. 예를 들어 농사를 지을 때 어떤 전기온풍기가 좋지 않으면 모든 전기온풍기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다. 박람회에 참가한 업체도 마찬가지이리라.
관람객도 참가 업체도 흩어져 썰렁한 박람회를 보면 전시회의 평가가 좋지 않아진다. 실제로 몇몇 업체들은 다음 전시회는 참가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관람객도 볼 것이 별로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런 평가가 한 둘씩 쌓이면 모든 박람회의 평가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물론 잘 되는 곳은 계속 잘 될 것 같다. 가야 할 곳과 가지 않아도 되는 곳에 대해 누구나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주최 측은 열심히 농민들을 실어 나르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볼 것이 많은 곳이라면 계속 머물지만 볼 것이 없는 박람회라면 슬쩍 보고 바로 떠나는 것을 항상 봤다.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잘되는 곳은 더 잘되고 안 되는 곳은 더 안 된다.
농업의 달 11월. 이젠 많은 행사가 마무리됐다. 행사는 마무리됐어도 농촌은 여전히 바쁘다. 겨울이 농한기란 이야기는 옛날의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 내년을 준비하는 연말. 농가도 회사도 업체도 기관도 지자체도 다들 바쁨은 끝나지 않았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