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날에 부쳐
농업인의 날에 부쳐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5.11.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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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로 일하며 우울증을 앓았는데, 귀농해서 나았어요.”(충남 태안군, 여, 50대)
“난 인터뷰는 사양할래요. 과수원 일이 너무 많아 요즘 계속 아팠어요.”(경북 김천시,
여, 50대)
오는 11월 11일은 ‘제20회 농업인의 날’이다. 이 날은 지난 1964년 강원도 원주의 ‘농사개량구락부 원성군연합회’가 농민의 날을 개최한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농업인의 날을 맞아 여성 농민들에게 주목해 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여성농업인 실태조사(2013년)에 따르면 40~50대 여성 농업인 중 자신을 (공동)경영주로 인식하는 비율은 약 40%에 그쳤다. 반면 여성농민 10명 중 6명은 자신을 ‘무급 가족종사자’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럼 여성 농민들의 집안일 부담은 어떨까. 역시 같은 조사에서 여성 농민 10명 중 8.3명은 ‘가사 노동의 75% 이상을 담당한다’고 답했다. 농사일을 절반 이상 담당한다고 답한 비율은 여성 농민 10명 중 6.6명 수준이었다.
요컨대 여성 농업인 과반수는 농사일을 절반 이상 담당하면서, 집안일도 거의 도맡아하고 있다. 그런데도 역시 과반수는 자신을 경영 주체가 아닌 종사자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농촌을 돌아다니면 중년의 여성농민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들 대부분은 항상 바쁘다. 양해를 구해 취재하는 중에도 농장 일을 돌보거나, 직거래 주문 전화를 받는 등 손이 쉴 틈이 없다.
이런 여성 농민들도 귀농파와 ‘원주민파’로 크게 나뉜다. 귀농해서 먹고 살 만큼 터전을 일군 이들은 한결같이 ‘도시보다 낫다’고 말한다. 앓던 지병이 낫거나, 몸이 고되어도 마음만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이들은 대개 귀농한 지 10년이 채 안 됐다.
반면 ‘원주민파’에 속하는 여성 농민들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인터뷰는 고사하고 일이 너무 많거나 몸이 아프다고 손사래를 친다. 20~30년 이상 농사일을 한 여성 농민들의 경우가 그렇다.
결국 농사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흔히 ‘귀농’이라 하면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새소리를 벗삼아 사는 삶을 연상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귀농, 나아가 전업농의 삶은 결코 녹록치 않다.
올해 농업인의 날에도 전국의 수많은 농가에서 여성 농민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이들을 위해 정부는 무엇을 해줄 것인가. 여성 농민들은 교통 불편과 의료시설 이용 불편을 ‘2대 고충’으로 꼽았다. 복지농정의 당면과제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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