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식량작물
기후변화와 식량작물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5.11.0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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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휘농촌진흥청 국립식량원 작물재배생리과장

지난 6월 30일,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공약)(INDC :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untributed)를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하였다.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고 현재의 상태가 진행될 경우, 기후변화시나리오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8.5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1세기 말 평균기온은 5.9℃ 상승하고 강수량도 18% 증가되어 강원도를 제외한 남한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는 온난화를 가속시키고 가뭄, 호우, 폭염 등 이상기후의 빈도와 강도를 높여 인간 생활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인류의 식량을 공급하는 작물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여 온난화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이상기후가 발생하면 농작물 가격이 폭등하는 등, 국민 생활과 산업 활동에도 커다란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역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올해 42년 만에 최악이라는 가뭄으로 중부지방에서는 밭작물에 큰 피해를 입었고, 충남 서부지역에서는 제한급수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물에 민감한 작물은 유무형의 피해가 늘고 있어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가뭄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일반적으로 작물 생육은 온도가 증가할수록 생육속도가 빨라 온난화가 지속되면 작물 생산 측면에서는 유리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작물은 생체가 커가는 영양생장기에는 온도가 높을수록 생육에 유리해 생산량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꽃이 피고 알곡이 맺히는 시기에 폭염 등 지나친 고온은 불임이나 등숙 불량으로 이어져 생산량과 품질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온난화 현상 자체만을 가지고 미래 작물의 생산량이 높거나 낮을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온난화가 가져온 기상이변이 작물에 미치는 영향이다. 2010년부터 발행한 이상기후보고서 2010~2014 이상기후보고서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대설, 저온, 우박/돌풍, 가뭄, 침/습해, 호우, 태풍, 고온(폭염) 등 다양한 이상기후가 발생하여 농업분야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으며 그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국지성 호우와 같이 지역별 편차가 심해지고 있다.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의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생산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일차적인 노력과 함께 미래 기후변화가 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기초로 안정적인 미래 식량생산이 공급될 수 있는 방안마련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온난화, 이상기후에 대응 가능한 신품종을 육성하고 재배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가뭄이나 습해에 강한 품종들이 현재에도 개발되고 있으나 많은 작물 수에 비하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불량환경 조건에서 작물의 생리적 특성을 고려한 최적화된 재배기술, 기후변화에 맞춘 작물 재배법이 선제적으로 연구되고 농업 현장에 적용된다면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밭작물 중심으로 취약한 농업기반을 확충하여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논 기반정비와 수리시설을 꾸준히 해온 결과 올해와 같은 가뭄에도 벼 농사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정상적인 재배가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논에 벼 대신 밭작물 재배면적이 증가하면서 가뭄에 취약한 재배농가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기존의 수원지를 활용하여 관개시설을 확대하거나, 밭작물에서 스프링클러 도입, 토양유실 방지시설 등 기반정비를 지원하여 가뭄, 호우, 습해에 대비해야할 것이다.
끝으로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노력과 함께 이상기후를 대비한다면, 우리는 현재의 위기를 발판으로 미래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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