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지원을 하지 마라”
“차라리 지원을 하지 마라”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5.11.0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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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기자

“차라리 농가에 지원하지 마라” 농가 취재를 하다 보면 한 달에 한 번은 꼭 듣는 말이다. 어
떤 농작물이 잘된다고 하면 너도나도 심어서 가격이 폭락하는 일은 농업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자금, 시설 지원이 과다생산을 유도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2000년 초 심비디움 중국 수출 1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전국 지자체에서 심비디움 농가를 육성하기 위한 지원을 시작했다. 당시 40~50여 곳이었던 심비디움 농가는 350여 곳으로 늘어났다.
언론에서는 심비디움을 키우면 거의 수출되는 분위기를 띄웠지만 사실 중국 설날 전 한 달 정도 수요가 있었을 뿐이다. 남은 물량은 대거 국내로 풀렸고 가격은 폭락했다. 그때부터 10년간 심비디움 농가들이 하나 둘 씩 망했고 망한 농가에서 덤핑으로 푼 물량 때문에 심비디움 가격은 망가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남은 심비디움 농가는 30~40여 곳 정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10년간 300 농가가 폐업하며 풀린 심비디움 덤핑 물량으로 심비디움은 싼 꽃이란 잘못된 인식까지 박혔고 불황으로 심비디움 시장이 다시 살아날 가망성이 안 보이게 됐다.
태안군양란연구회 회장은 “당시 수출이 잘 된다고 하니까 지자체에서 주는 지원금을 보고 생겨난 심비디움 농가들이 많았습니다. 차라리 지원하지 않고 내버려뒀으면 자연스럽게 정리됐을 것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에서 농가 경쟁력 제고 대책사업으로 지원을 많이 해주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과잉생산으로 연결돼 가격 폭락으로 지원을 받지 않은 농가까지 함께 힘들어져 정말 경쟁력 있는 농가를 키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차라리 판로 개척이나 수출 지원, 자료 조사를 강화해달라고 말한다. 용인다 육식물연구회 회장은 “수출을 하려고 하니 기본적인 자료조차 없어 모든 걸 직접 알아내야 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다양한 판로가 없는 상태에서 생산하면 경매장에 많은 물량이 한번에 풀려 가격 폭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FTA와 TPP로 전 세계 농가와 한국 농가의 전면 대결은 예정된 상태다. 무차별적인 지원살포로 경쟁력 없는 농가가 계속 생산을 하도록 하기보다는 정말 경쟁력 있는 농가를 키우고 젊은 농민들이 뛰어들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이 진정한 농업을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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