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생활화의 3대 조건
꽃 생활화의 3대 조건
  • 이나래
  • 승인 2015.10.2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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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 이태원의 노점에서 꽃을 샀다. 간이 탁자에 여러 가지 꽃다발을 늘어 놓고 파는 소매상이었다. 그 중 한 다발을 골라 꽃 이름을 묻자, 재치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스톡 옵션 할 때 스토크, 그리고 이건 소국입니다” 설명도 재밌거니와 떨이 세일을한다고 해 흔쾌히 구매했다.
꽃을 살 때, 꽃 이름을 정확히 알고 사람은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니 꽃을 살 때 ‘이건○○꽃입니다’라고 친절한 설명을 들어본기억이 별로 없다.
통합인문과학자로 널리 알려진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은 일찍이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했는데, 꽃을 사도 이름을 모르니 그 관심이 오래 갈 리 없다.
화훼 시장 침체를 보다 못한 정부가 꽃 생활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는데, 과연 어떻게 하면 꽃이 ‘상징’이 아닌 ‘생활’이 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3가지를 고민해 보았다.
첫째, 우선 꽃도 소포장 위주로 판매돼야 한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몇 만원이 훌쩍 넘는 꽃다발을 선뜻 살 ‘서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더욱이 소비자들은 점점 실용성 위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생활화의 의미는 말 그대로 생활 속에서 애용한다는 뜻인데, 그러려면 거추장스럽지 않아야 한다.
꽃이 경조사의 상징이 아닌 생활소품으로자리 잡기 위해선 부담없이 살 수 있어야 한다. 그 대안이 바로 소포장이다.
실제로 요즘 번화가는 물론 주택가의 꽃집에서도 드라이 플라워를 5000원 안팎 가격으로 소포장해 파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퇴근길에, 하굣길에, 또는 장 보고 들어가는 길에 누구나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는가격이다.
둘째, 꽃도 스토리텔링과 접목될 필요가 있다. 한 송이의 장미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다. 농민이 구슬땀을 흘려 가며 응애를 잡고, 온·습도를 맞추고, 가지를 골라 마침내 한 송이의 장미가 꽃집에 꽂히는 것이다.
소비자가 이 모든 과정을 다 알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장미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게 된다면 장미를 대하는 생각부터 달라질것이다.
또한 계절별로 인기가 있는 꽃의 유래, 꽃말, 꽃의 효능을 스토리텔링화 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린다면 관심도 환기하고, 나아가 구매로도 이어질 것이다.
셋째, 꽃에 대한 폭넓은 교육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 어렵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꽃이름 30개 외우기, 자신만의 꽃 키우기, 꽃농장 탐방 등 큰 예산을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교육이 많다.
또 국화, 튤립, 장미 등 특정 품종에 치중한 꽃 축제에서 탈피해, 생활에서 다양한 꽃과 접하는 문화가 확산될 필요가 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비싸고 어려운 꽃이 아닌, 생활 속의 꽃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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