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 편리한 농촌이 필요하다
생활이 편리한 농촌이 필요하다
  • 이원복 기자
  • 승인 2018.02.12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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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추를 재배하는 이모 씨는 한해 작기가 끝나고 밭을 정리했다. 문제는 그다음 발생한폐비닐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간단하게 소각해서 처리했겠지만 그래도 올해는 환경을 생각해서 따로 폐비닐을 분류해 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각 마을마다 폐비닐 수거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트럭에 폐비닐을 한 가득 싣고 15분 정도 이동 후에야 폐비닐 수거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도착한 폐비닐 수거장은 명확한 이유도 없이 폐쇄되어있었다. 하필 주말이라 지자체에 문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싣고 간 폐비닐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

이처럼 정부는 폐비닐 소각을 단속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농민 입장에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정한 곳에 모아두면 직접 수거해가는 지자체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폐쇄된 폐비닐 수거장에는 다른 해결방법에 대한 안내도 없었다.

단연 폐비닐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물보호제 빈병, 말뚝, 그물, 끈 등 다양한 농자재가 그냥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있다. 관에서도 정책적으로 폐농자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과 캠페인을 펼치지만 많은 농업인이 참여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듯 안산의 한 농자재 시판상 이모 대표는 자체적으로 고객들로부터 폐
작물보호제병을 수거한다. 시판상 한편에는 농업인들이 다 쓰고 가져온 빈병이 쌓여있다.
농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나 주말농부들은 버려진 작물보호제병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대표는 작물보호제 구매 고객에게 빈병을 가져오라고 당부한다. 많이 가져오는 고객에게는
종자 한 포씩 서비스로 주기도 한다. 그가 이렇게직접 나서는 이유는 폐농자재의 처리가 제대로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그 심각성을 인지했기때문이다.

윤리적으로 농민은 사용한 폐비닐이나 빈 농약병을 안전하게 버려야 한다. 그러나 윤리만으로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제도적으로도 이를 보완할 때에 톱니바퀴 돌아가듯이 모든 것이 체계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단연 폐농자재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생활 쓰레기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쓰레기 종량제’라는 제도는 너무나도 잘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이 종량제 규격봉투를 구입해 쓰레기를 분리수거한 다음 지정된 장소에 버리기에는 실질적으로 불편함이 크다.

여전히 어떤 제도를 시행할 때 농민과 농촌 상황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전국단위로 시행되는 제도는 도시 중심적인 것들이많다.

도시에 인구가 훨씬 많다고 하지만 귀농·귀촌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간단한 제도부터 바꾸어
농촌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면 우리 농촌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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