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전염병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
과수 전염병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7.12.26 0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작년 전라북도의 한 사과 농가를 방문 했을 때 들었던 말을 잊을 수 없다. 늦가을 태풍 피해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말에 농장 주는 이렇게 말했다. “걱정 되지요. 그런데 태풍 와서 사과가 조금 떨어져서는 피해 보상도 못 받습니다. 

그래서 태풍이 오면 일부러 나무를 흔들어 대는 농가도 있어요.” NH 손해보험 농작물재해보험 과수 상품 이 태풍 피해보상 규정을 담고 있긴 하지만, 농가 입장에선 보상 기준이 성에 차지 않는 다는 설명이었다.

최근 1년 동안 다행히 큰 태풍 피해는 없었으나, 여름철 일소 피해와 잦은 강우로 인 한 탄저병 피해를 입은 과수 농가들이 많았다. 재작년 특히 일소 피해가 심해 과수재해 보험 보장 대상에 일소 피해가 추가되긴 했다.

그러나 수확량 감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탄저병은 보장 대상이 아니다. 탄저병 뿐 아니라 어떠한 병충해도 과수 재해보험 보장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사과 농가에 피해를 입히는 고두병, 갈반병, 진딧물·응애 피해 중 재해보험으로 보장 되는 것은 없다. 배, 포도 등도 마찬가지다.

배 농사에 치명적인 검은별무늬병, 포도 노 균병·흰가루병 등은 발병해도 보상받지 못한다. 농작물 재해 보험 가입률이 30%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현행 보험 체계가 농작물 재해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사후 보장책인 재해 보험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면, 사전 대응 시스템이라도 잘 구축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전국의 수많은 과수 농가들이 진딧물과 응애 피해를 입고 있 는데도 정부 차원의 뚜렷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관계 기관에 문의하면 “기후 온난화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란 답변만 돌아온다. 탄저병이나 검은별무늬병 발생을 인력으로 막을 수 없다면, 해당 전염병에 저항성이 강한 품종을 적극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이 역시도 관계 기관에 문의하면 “농가가 제때 방제하지 못한 탓”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 답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병해충 피해 예방과 관련 보상 시 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선진 과수 농업은 요원하다.

스마트 농업도 병해충 예방, 보상 시스템이 먼저 도입된 후에야 가능 한 것이다. 몇백 개 농가에 스마트팜을 설치 했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 농업이 스마트해지는 것은 아니다. 몇 해 전 6억원을 들여 스마트팜을 설치 했지만, 탄저병이 발생해 조수익이 3분의 1로 반토막났다는 농가를 최근에 알게 됐다.

해당 농장주는 “AI나 구제역이 발생하면 장관까지 나서서 긴급 대책을 마련하면서, 과수 과채류 농가에 발생하는 전염병에는 왜 아무도 관심이 없느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전국에 이런 농가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FTA 대책 구실로 값비싼 외국산 농자재 구입비 보조에까지 나랏돈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장마철에 닥칠 탄저병은 보상책도 없는 것이 우리나라 과수 농업계 현실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