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업 돈벌이로만 안돼… 육종 철학 필요”
“종자업 돈벌이로만 안돼… 육종 철학 필요”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7.10.1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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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주 국회의원 주최 ‘종자 개발·공급 확대 토론회’서 민·관·학 현안 논의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오는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전북 김제시 민간육종연구단지에서 ‘제1회 국제 종자박람회’를 개최한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달 28일 ‘농업 인 소득 향상을 위한 종자 개발 및 공급 확대 국회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번 토론회에 농림축산식품 부, 농촌진흥청,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한국종자 협회 등 종자 산업 분야 민·관·학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노일섭 순천대학교 원예학과 교수=한국의 종자 산업 규모(10억불)는 전 세계 종자 시장의 1.5%에 불과하다. 한국은 종자 산업 규모가 적고, 종자 연 구·개발 분야에서 F1(잡종 제1세대) 기술도 상당 히 뒤떨어져 있다. 품목별로 품종 자급률 편차도 크다. 파프리카는 국내 육성 품종의 자급률이 0% 에 가깝다. 옥수수는 식용의 경우 국내 육성 품종 이 많이 보급돼 있으나, 사료용 옥수수는 외국 품 종이 널리 쓰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주도 로 시행 중인 ‘골든 씨드 프로젝트(GSP)'에 관해 말하자면, 육종 산업은 종국에는 기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육종은 백년대계 업무다.

◆최인명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장=과수 분야 육종은 대부분 국가가 주관하고 있 다. 다른 품목에 비해 육종의 성과를 확인하기까 지 걸리는 기간이 매우 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후지’ 사과는 1930년대 후반 에 개발돼 1960년대에 널리 보급된 이래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렇듯 과수는 육종부터 품종 보급, 소비 시장의 안 정적 반응을 확인하기까지 최소한 30~40년이 걸 린다. 국내 육성 품종의 보급률이 낮다는 지적이 있는데, 소비자가 선호하지 않는 품종이 많이 만 들어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것 은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성과 위주의 연구개발 환경도 그 한 요인이라고 생각 한다. 한국이 종자 강국이란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도대 체 그 정의가 뭔가? 종자 연구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많은 예산, 기간, 그리고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최근진 농림축산식품부 종자생명산업과장=국 내 종자 산업의 규모는 전세계 종자 시장 규모에 비추어 작은 편이다. 한국의 육묘 산업이 성장할 수록 종자 소비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청탁금지 법’ 시행 이후 화훼 소비량이 감소하면, 그에 따라 화훼 종자 소비량도 줄어든다. 이런 점을 볼 때 국 내 종자업 규모를 키우려면 결국 국제적으로 시장 을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 진하는 골든 시드 프로젝트의 큰 목표는 결국 수 출에 적합한 품종을 육성하는 것이다.

◆노일섭 순천대학교 원예학과 교수=관 주도 종 자 산업의 맹점은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다. 한 분야의 육종 인력이 계속 바뀐다. 한동안 맡아서 하다가 몇 년 지나면 보직 이동 한다고 담당이 바 뀌어 버린다. 이래선 안 된다. 아예 처음부터 시 작하지 말든지, 한번 맡았으면 끝까지 해야 한다. 민간 주도 종자산업의 맹점은 무엇인가. 종자업 체 CEO들이 종자를 ‘돈’으로만 본다는 점이다. 종자업체 사장은 육종 철학이 있어야 한다. 업체에 소속된 육종가와 사장 간에 공통 분모가 있어야 한다.

◆전영남 한국양파산업연합회장=나는 양파와 마 늘 유통이 주요 사업인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 장이다. 양파 농업 견학을 위해 일 년에 2회 정도 중국에 간다. 중국의 고비 사막을 갔는데, 땅 덩어 리가 한국의 1.5배다. 이 사막이 분지 형태로 된 땅인데, 중국 정부가 여기에 관개 사업을 해서 물 을 대 옥토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양파가 3.3㎡ (평)당 70kg씩 생산된다. 그런데 한국은 3.3㎡(평) 당 양파 생산량이 20kg이다. 한번은 토양 관리 전 문가가 양파 밭을 와보고는 ‘이게 모래지 흙이냐며, 이런 데서 양파를 이만큼이나 생산하는 게 기 적이라고 했다. 그만큼 척박한 환경에서 양파 농 사를 하고 있는데, 양파 1망에 들어가는 종자 값 이 비싼 건 900원까지도 한다. 국내 종자의 경우 다. 그런데 국내 육성 품종은 외국산보다 1% 부족 하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분명히 있는데, 부족하 면 부족한 수준만큼의 종자 값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골든 시드 프로젝트의 목적이 종 자 회사를 배 불려주려고 하는 건지, 진정 농업인 들을 위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김상근 한국종자협회 부회장=규모화를 해서 커져야 한다. 수출 장려 정책을 다양하게 마련해 야 한다. 우리나라는 거의 다 교배육종 위주로 종 자를 연구·개발하는데, 이 방식의 단점은 시간 이 굉장히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육종은 담당자 의 오랜 경험과 직관이 상당히 많이 필요한 업무 다. 유전자 가위,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생산 한 농작물이 유전자변형작물(GMO)에 해당되는 지 여부에 관한 정의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이러 한 분야에서도 하루 빨리 학계와 관련 업계가 관 련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기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종 자 주권은 매우 중요하다. 세계 10대 글로벌 종자 기업의 점유율은 2011년 70%에서 2016년 73% 로 점점 커지고 있다. 종자 자급률은 분야별로 식 량(98%), 채소(95%), 과수(23%), 화훼(10%)로 나 눠 볼 수 있다. 종자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파프 리카는 종자 구입비가 10a당 220만원, 토마토가 10a당 116만원인 반면, 육묘 등을 활용해 자급률 이 높은 시설고추는 10a당 46만원 선으로, 품목 별 편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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