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부에게 농업 보조금이란?
청년 농부에게 농업 보조금이란?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7.09.18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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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사실은 ‘빛 좋은 개살구’입니다. 종잣돈은 상토랑 종자 사는 데 다 썼어요.”

강원도에 사는 청년 농부 A씨는 올해 농사 5년차다. 고향에 살고 있지만, 사실상 귀농 이 아닌 창업농에 가깝다.

A씨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 80만원으 로 농사를 시작했다. 동네 종묘사에서 상토 와 종자를 사고 나니 잔고가 바닥났다. 채소 농사를 하는 데 필요한 부자재는 할 수 없이 ‘가불’해서 나중에 갚았다.

부모를 따라 농사하는 A씨에게조차 농사 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돈이 많이 든다. 부모가 일궈 놓은 땅과 기술을 ‘편하게 물려 받는다’는 생각은 오해다.

청년 농업인들 중에는 기업형 대규모 농장 을 이어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 우가 더 많다. 전북 순창군에서 매실 농사를 하는 또 다른 청년 농부 B씨도 종잣돈 200만 원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B씨 역시 아르바이 트로 초기 자금을 마련했다.

다행히 정부의 청년 농업인 육성 제도가 큰 도움이 됐다. A씨의 경우 후계 농업인 정 착지원금 등 명목으로 다양한 지원을 받았 다. 후계 농업인 정착자금은 3년 거치에 이 자율 2% 조건으로 3800만원을 지원받았다. 물론 대출금이다.

농산물을 연중 판매하기 위해 저장고도 필요했다. 그래서 보조금과 자부담 각 50% 조 건으로 사업자금을 받아 저온 저장고를 지었다. 여기에 든 자부담 금액만 1500만원이다.

때가 되면 새로 사야 하는 소모성 농자재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하우스 천장 비닐은 4~5년마다 갈아야 하고, 퇴비와 잡초 방제 비닐, 각종 농약 값도 큰돈이다.

철마다 들어가는 인부 품삯도 만만찮다. 농촌에 일 할 사람이 없어 동네 이웃들을 ‘고 용’하는데, 일인당 하루 품값이 7만5000원 쯤 된다. 식대를 포함해서다.

이렇게 열심히 농사해 버는 돈이 도시 근 로자의 평균 연봉보다는 많지만 갈 길이 멀 다. 우선 갚을 대출금이 많다. 또 농사 특성 상 날씨가 매출을 좌우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A씨는 만약 농업 보조금이 없었다면 지금 보다 더 힘들었을 거라고 말한다. A씨의 지 인들 중에는 농업 보조 사업에 선정돼 자부 담금을 내야 하는데, 그 돈마저 없어 제2, 3 금융권에 기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남의 돈을 빌려 ‘자부담’ 하는 꼴이다.

청년 농부들에게 농업 보조금은 한 줄기 희망이다. 농업계에서 ‘보조금을 없애야 농 업이 산다’는 지적이 많지만, 빚더미 위에서 농사하는 청년 농부들의 고충도 그냥 넘길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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