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베렐린 안 쓰면 좋지만…”
“지베렐린 안 쓰면 좋지만…”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7.05.3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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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농가 대부분 동의하지만 수급 조절 걱정
일부 지자체들이 배 지베렐린 사용 자제를 권장하고 있다.

전라도에서 배를 재배하는 이영수(가명) 씨는 최근 일부 지자체들이 농민들에게 지베렐린 사용 자제를 권장한다는 정보를 접했다. 이 씨는 “지베렐린을 안 쓰면 돈도 아끼고 맛도 좋아진다는 것을 알지만, 추석이 빠른 해에는 수급 조절을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베렐린은 식물에 존재하는 생장 촉진 호르몬이다. 배 뿐 아니라 많은 과수·과채 농가들이 숙기 조절을 위해 지베렐린을 사용하고 있다.

이 씨에 따르면, 지베렐린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ha(3000평)당 300만원을 아낄 수 있지만 문제는 숙기 조절이다. 추석이 평년보다 빠른 해에도 무조건 지베렐린 사용을 제한한다면, 제수용 배가 제때 공급되지 못하면서 공급 대란이 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씨 뿐 아니라 많은 배 농업인들이 지베렐린 사용 자제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수급 조절 등을 이유로 망설이고 있다.

연구 결과 지베렐린은 인체나 동물에 무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식물에 적용시 인위적으로 크기와 숙기를 조절함에 따라 고유의 당도와 경도를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배는 제수용 구매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다수 농가들이 추석, 설 명절에 맞춰 지베렐린 처리를 통한 숙기 조절을 하는 것이 그동안 관행으로 되어 왔다.

문제는 한 번 맛없는 배를 맛본 소비자들이 이후 배 구매를 주저함에 따라, 배 소비량이 지속 감소한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그동안 배 소비량은 다른 과일과 비교했을 때 더 큰 감소폭을 보였다. 이는 지베렐린 처리와 무관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배의 맛과 저장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진 지베렐린에 대하여, 일부 지자체들이 사용 자제를 적극 권장하고 나섰다.

지베렐린은 과수 자체에 포함된 호르몬 성분의 일종으로, 생장 조절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딸기 등 여러 품목 농가들이 숙기 조절 등을 이유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히 매년 설·추석 명절에 맞춰 출하하는 것이 관행인 배 농가들이 숙기 조절을 위해 지베렐린 제재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은 최근 ‘지베렐린 처리 안하기 운동’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이른 추석에도 정상 출하 가능한 조생종 신품종 배 보급 사업에 주력한다고 밝혔다.

특히 배 ‘신고’ 품종을 대체할 추석용 고품질 배 국내육성 품종 보급을 확대하고, 지베렐린의 올바른 사용 교육, 전지·전정 및 과원관리 기술교육과 홍보를 지속 실시할 계획이다.

지베렐린(GA)을 사용한 배는 맛이 덜하고 저장성이 낮아 시간이 갈수록 품질이 떨어지는데, 이렇게 푸석푸석하게 무른 배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어 배 재배농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 나주시도 지베렐린 사용 근절에 나섰다. 나주시는 올해 ‘지베렐린 무처리 배’ 5000t을 생산하겠단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사업이 7억5000만원을 투입한다. 나주시는 이미 2015년 지베렐린 미사용 배 2600t의 배를 생산한 바 있다.

시는 특히 품질이 낮은 밀수입 지베렐린 사용 시, 배나무에서 꽃눈이 고사하거나, 유통과정의 저장성이 약해 품질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사용 근절 계획의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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