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비자 대하는 두 얼굴
[기자수첩]소비자 대하는 두 얼굴
  • 김예영 기자
  • 승인 2015.07.20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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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 기자를 하다보면 전국을 돌아다니며 내로라하는 재배실력을 갖춘 농장을 방문하게 된다. 생산하는 농산물이 맛좋기로는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니 각 지역을 대표하는 농가들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 전북 순창 지역에 들러 모 블루베리 농가를 취재한 바 있다.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추천할 만큼 고품질 상품을 생산하는 곳이었다. 농업기술센터의 입김이 닿았을까 취재 과정은 호의적이었고 수확시기가 아닌지라 직접 과실을 맛보진 못했지만 그만의 생생한 재배 비법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들과의 거리를 좁힘으로써 신뢰를 획득하는 방법을 설명 들었고 기사를 작성해 데스크에 제출했다.

그 후 지인에게 좋은 블루베리를 구할 수 있는 농가를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소개시켜줬지만 돌아온 것은 원망뿐이었다. 주문한 블루베리가 전부 터져서 도착한 것이다. 먹을 수가 없다는 항의전화를 하니 2kg짜리 적은 양을 주문하면 배달하는 사람이 막 다뤄 제품이 터지는 경우가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 지금은 바쁘니 한가할 때 다시 보내주겠다고. 어떤 작목이든 수확기가 가장 바쁜 시기이니 작업이 마무리 돼가는 끝물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으로 보상해주겠다는 의도일까. “택배 중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전용 용기에 담아 최대한 안전하게 보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파손 사고도 거의 없고 터졌다는 전화가 오면 100% 리콜을 해준다”고 한 인터뷰 내용이 민망해질 정도였다.

최근 농가들이 직접 소비자와 통화하고 중간 유통을 없애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을 거래하고 있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굳건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된다.

앞에서만 듣기 좋은 말로 1회성 구매만 유도하고 사후관리를 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어려운 농업의 수익구조를 조금이라도 낫게 해보려는 전체 농가들의 신뢰를 땅바닥에 집어 던지는 행위다.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농업인들을 소개하는 자리에 엉뚱한 미꾸라지 한 마리가 튀긴 흙탕물을 보여드린 점 사과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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