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발효액 먹고 큰 ‘신고’ 배
미나리 발효액 먹고 큰 ‘신고’ 배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7.02.06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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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세계농원 이광주 대표

“생산부터 수확까지 관리된 GAP 배의 우수성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미역 발효액과 미나리 발효액도 손수 만들어 씁니다. 배나무가 사람보다 더 많은 ‘보약’을 먹는 셈이죠.”

 

충남 아산시 음봉면 세계농원 이광주 대표는 농사 21년차다. 무역회사에 다니다 귀농해 배 농사 외길을 걷고 있다. 재배 품종은 ‘신고’다. 힘들고 번거로워도 손수 인공 수분과 퇴비 제조를 하며 1ha(3000평)규모의 과수원을 일구고 있다. 

 

“GAP 재배가 친환경 농사보다 수월”

이광주 대표는 1999년부터 저농약 농법으로 친환경 배를 재배하다가, 지난해 저농약 인증제가 폐지되면서 GAP로 전환했다.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 신청을 망설이는 농가들은 ‘인증 기준을 지키기 어려울까봐’ 주저한다. 그러나 이광주 대표는 “그렇지 않다”라고 자신한다.

“물론 처음에는 GAP 일지를 매일 꼼꼼히 기록하느라 손이 많이 갔죠. 하지만 친환경 농사할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농사하기 수월해요.”

저농약 농법으로 할 때는 농자재 한 가지를 쓰더라도 허용치 기준의 절반만 사용하는 등 세부 사항을 꼼꼼히 지켜야 했지만, GAP 인증제인 현재는 적정량을 사용한 뒤 정확히 기록만 하면 되니 상대적으로 쉽다는 설명이다.

“그래도 잔류 농약 검사에서 허용 기준을 초과한 적은 없어요. 단계별 농약 사용 기준을 철저히 지키니까요.”

제초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초생재배를 하며 응애 피해와 장마철 흙 유실 피해를 방지한다. 과수원의 풀은 필요할 때마다 트랙터로 베어내며 수시로 관리한다.

 

미역·미나리 발효액으로 토양 관리

이광주 대표는 천연 엑기스를 직접 만들어 과수원 관리에 사용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미역·해조류 발효액과 쑥·미나리·아카시아 발효액이다. 미역 해조류 발효액은 미역과 흑설탕을 1:1 비율로 섞어 2개월간 발효시킨 뒤 밭에 뿌린다. 겨울철과 이른 봄의 동해, 냉해 예방 효과가 있다.

“시중에 판매하는 해조류 발효액은 500㎖당 2만원 정도 해요. 하지만 같은 양을 직접 만들면 1500원 정도 들어요.”

이 대표의 또다른 농사 비결은 쑥, 미나리, 아카시아를 섞어 만든 혼합 발효액이다. 쑥은 항균·진균 효과가 있어 EM 미생물과 섞어 쓸 경우 “효과가 없어진다”며 일부 농가들은 꺼리기도 하지만, 세계농원에서는 쑥 미나리 발효액 덕분에 과수원 병해충 피해를 거의 입지 않는다. 즉, ‘기초 체력’이 튼튼한 나무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나눠준 EM원액과 직접 만든 석회유황합제도 함께 쓰고 있습니다.”

올해 세계농원 ‘신고’ 배 당도는 12Brix다. 여름 내내 폭염이 이어져 단맛이 유난히 뛰어나다.

봄철에는 힘이 들더라도 일일이 인공 수분 작업을 한다. 면봉의 일종인 ‘우모봉’에 꽃가루를 묻혀 암술에 일일이 묻혀준다.

“저도 인공 수분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사람이 직접 품을 들여 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꽃가루가 암술에 골고루 묻어야 모양이 예쁜 ‘정형과’가 나와요.”

봄철 인공수분이 가능한 기간은 길어야 일주일밖에 안 된다. 주변이 전부 배 농장이다 보니 어느 농가나 할 것 없이 사람 구하는 데 애를 먹는다. 그래서 시청이나 군부대,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도 자원 봉사를 나오곤 한다.

 

“GAP 배 가격이 조금만 더 높았으면”

세계농원 배는 서울 가락시장과 부산 도매시장으로 많이 출하되고, 직거래도 한다. 올해 신고 배의 체감 시세는 평년보다 20% 정도 낮았다고 이 대표는 귀띔한다. 실제로 지난달(11월) 15일 서울 가락시장 배 평균 도매가격은 2만4450원(10kg·상품 기준)으로, 평년 11월 평균가격인 3만5155원보다 낮았다.

“아직까지 공판장에서 GAP 배를 특별히 선호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GAP 배와 일반 배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요.”

매일 일지를 쓰면서 사용 성분과 사용량을 꼼꼼히 기록하는 GAP 배와, 아무런 인증도 없는 소위 ‘관행 농법’ 배의 가격이 큰 차이가 없는 점은 아쉽다고.

“학교 급식 관계자들도 아직까진 친환경 과일을 GAP 배보다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그동안 GAP제도가 생산자들, 즉 농민들 사이에선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인지도는 아직 낮은 것 같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광주 대표의 동료 박상균 아산배연구회장도 GAP 농산물의 우수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지금보다 더 커지길 바라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아산사무소 관계자는 “저농약 인증제 폐지 후 친환경 과수 재배는 유기농·무농약에 국한돼 있다. 반면 GAP재배를 하면 농약 사용 제한이 상대적으로 적어 병해충 방제가 비교적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GAP 농산물이 단체 급식에 우선적으로 납품될 수 있도록 농식품부가 법률 개정 등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고 본지에 설명했다.

 

이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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