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P를 바라보는 농민의 눈
GAP를 바라보는 농민의 눈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7.01.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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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P 인증 배라고 해서 도매시장에서 값을 더 쳐주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출하상자에 따로 GAP 표기를 안 해요.”(충남 아산시, 농업인 A씨)

“요즘에 나오는 농약들은 어차피 다 저독성이잖아요. GAP 인증은 생산자가 소비자를 위해 당연히 하는 의무 같은 거죠.”(전북 장수군, 농업인 B씨)

최근 취재를 위해 방문한 과수 농가들은 대부분 GAP 인증 농가였다. 배, 사과, 포도 등 품목은 다양했지만,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에 참여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 농가의 또 다른 공통점은 GAP 인증에 대해 대체로 ‘시큰둥’하다는 점이었다. 주요 이유는 ‘인증 농산물과 그렇지 않은 농산물의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기존에 저농약 인증으로 친환경 타이틀을 유지하던 많은 과수 농가들이, 저농약 인증제 폐지 후 GAP로 전환했지만, 농가 소득에 특별히 큰 도움이 된 건 아니라는 게 과수 농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농가들이 GAP 인증제 참여를 후회한다거나, GAP 제도가 잘못 됐다고 비판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 GAP 제도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에도 이마트와 함께 ‘GAP 농산물 판촉전’을 열어 소비자를 대상으로 홍보에 나섰다. 국내 GAP 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된 게 2006년인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특별 홍보를 해야 할 정도라면 실제로 일반 대중의 GAP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수 농가들이 GAP 인증에 동참하는 건, 친환경 인증을 대체할 인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담당하는 저탄소 농산물 인증도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고, 친환경 인증을 받으려면 유기농 또는 무농약 농법 중 택해야 하는데 과수 농가들로선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과일은 병충해 방제가 관건인데, 그러려면 농약 없이 재배하기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북 영주시의 한 사과 농가는 유기농 사과 농사를 시도했다가 1억원이 넘는 빚만 안고 ‘포기’했다고, 영주시의 한 작목반 회원은 전했다. 특히 사과 농가들 사이에선 ‘유기농시작하면 거지 된다’는 속설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물론 어렵게 유기농업에 성공해 급식업체들을 대상으로 높은 몸값을 올리고 있는 과수 농가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일부 사례다. 농식품부는 소수의 성공 모델만 보며 ‘하면 된다’고 위안 삼지 말고, 어려움에 처한 다수 농가들의 고충을 헤아려야 한다.

이를 위해 GAP 인증은 특히 실의에 빠진 과수 농가들이 판로를 넓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넓은 인지도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GAP 농산물 구입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게 급선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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