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희망을 말하다 ①] 농업·농촌 회생에 대한 다양한 시각
[농업, 희망을 말하다 ①] 농업·농촌 회생에 대한 다양한 시각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7.01.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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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안적 대책, 농업의 희망 꺾어

 

“농업은 미래 산업의 최고 유망직종이 될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로저스 홀딩스 회장)의 말이다. 짐 로저스는 30년 후에는 식량부족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농업이 가장 수익성 있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래 산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농업이, 우리나라에서는 언제 꺼질지 모르는 풍전등화 신세다. 이에 한국 농업농촌의 희망 설계도를 그려보고자 한다. 복지는 총 4회에 걸쳐 한국 농업의 희망을 싣고자 한다.

 

① 우리 농업의 현주소 진단

오랜 기간 동안 농업을 살리기 위해 엄청난 재원과 노력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의 농업·농촌은 자꾸만 어려워지고 있는 것인가?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중병의 직접적인 원인은 숨 돌릴 틈조차 없이 거세게 몰아친 농산물시장 개방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제조업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공산품 수출을 통해 압축 성장을 이루어 온 까닭에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구조가 굳어진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국가의 시장이 열리면 열릴수록 유리한 입장에서 우리의 시장을 닫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므로 시장개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가의 외국산 농산물이 밀려오면서 국내 농산물가격의 하락, 농가 경영의 악화, 농가소득의 하락 및 부채의 증가 등으로 이어졌고 농업인들은 고통으로 인한 신음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으며 성난 농심은 급기야 아스팔트 위로까지 나서게 되었다. 이에 당황한 정부는 서둘러 대책을 제시하게 되는데, 중장기적이며 근본적인 것이 아닌 근시안적이며 고통만을 경감시켜 주는 처방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농업인들이 아프다는 부위의 통증 완화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다양한 처방을 해 주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볼멘소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의 농업·농촌의 병세가 나아지기보다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고, 심지어 농업인들의 일부는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농업 대증요법식 처방에 급급
국제화, 개방화 시대에 있어 국제경쟁력이라는 화두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되므로, 우리농업 분야 중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와 그렇지 못한 분야는 무엇이며, 국제경쟁력 향상을 이끌어 갈 주체는 누구인가를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 농정은 급격한 개방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 대응에 급급해 이 같은 구분 없이 통증완화를 위한 대증요법식이며 근시안적 처방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농업회생을 위해 제법 많은 재원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업의 국제경쟁력은 그다지 향상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비농업분야의 일각에서는 ‘농업에 대한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마저 서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중병의 환자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 병에서 회복하겠다는 환자자신의 의지와 장기간의 회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거나 주무장관이 바뀔 때마다 다른 정책이 쏟아져 나왔음은 물론 체계적이며 장기적인 회생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못했다.

 

직접지불제, 농민들 자발적 의지마저 꺾어
이는 환자의 병명은 같은데 주치의가 바뀔 때마다 진단과 처방을 바꾸는 것과 같은 것이다. 또한 일부 직접지불제 등과 같은 안이한 정책수단에 의존함으로써 농업인을 정부의 보조금에 길들게 만들고 결국은 농업인의 회복에 대한 의지와 자발적인 노력마저 꺾어 온 격이 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현재와 같은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정책당국의 문제에 대한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반복된 점과 장기적인 안목의 회생대책과 농업인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 노력이 없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우리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한국농업 필패론’,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라는 극단적인 패배주의로부터 ‘지금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어렵지만 극복해 낼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에서 탈퇴하는 한이 있더라도 식량자립을 달성해야한다’는 극단적인 농본(農本)주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제까지의 농정은 경쟁력 향상을 한국농업의 비전으로 잘못 인식했을 뿐만 아니라, 이 비전을 정부주도로 이룬다는 생각 아래 설계주의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왔다. 그것이 여러 가지 역기능과 비효율을 초래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민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시장 기능 맡겨야
농업에서 정부역할이 필요한 것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변하지 않는 농업의 존재이유와 가치가 구현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단순히 국내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제까지 농정의 중심이었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사업은 대부분 정리하고, 앞으로는 신기술개발, 신시장과 신수요 창출을 위한 조사연구와 프로모션 등 공공적인 것에 국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정부의 역할을 식품안전성 관리, 환경보전 등 농업의 존재이유를 구현하는 것으로 개편하고, 농업인 사회복지제도의 운용, 공정한 거래제도 확립과 기술개발을 중요한 정부역할로 설정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을 조정함에 따라 농촌진흥청, 농어촌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등 기존 조직의 정체성과 역할을 조정할 필요가 있고, 농업금융의 조달과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농업금융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또한 직접지불제, 농가등록제, 환경감시, 식품안전성 관리 등의 업무는 행정수요가 많고 현장에서 엄격한 업무추진이 필요하므로 지자체에 이러한 업무를 직접 전담할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장의 논지를 요약해 보면 그 바탕에는 ‘농업의 경쟁력 향상과 농산물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기보다는 농민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시장 기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것과 ‘우리 농업의 경쟁력 향상을 통해 농가소득을 제고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듯하다. 그래서 유럽, 특히 스위스처럼 직접지불제 확대를 통해 농가소득을 보전케 하고, 농정의 포커스는 신기술개발, 식품의 안전성, 환경보전 쪽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확실한 방향 제시 부재
농산물 무역적자는 250억 달러에 육박하고 65세 이상의 고령 농민이 100만 명에 달하는 지금의 현실이 최선이라는 말은 패배주의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 농업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패배주의는 몇 가지 성역을 낳았으며 성역에 안주해 이득을 누린 사람들은 농업인이 아니라 농업 주변인들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첨단농업을 통한 부국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농업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며, 반도체와 조선, IT에서 신화를 창조한 경험이 있으므로 농업 역시 수출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첨단 농업으로 가기 위한 몇 가지 액션 플랜(서해안 간척지를 첨단 농산업 벨트로, 새만금을 식품가공무역 메카로, 식물공장 및 버티칼 팜, 우주농업 연구, 신농업에 민간자본 유치, 대형 농업법인 100개 키우기, 원스톱 귀농지원센터 설립)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앞에서 말한 성역타파를 위해 농촌진흥청과 서울대 농생대의 통합, 식품안전을 위한 식품안전청 신설, 쌀 변동직불금제 폐지, 경자유전(耕者有田)을 경자용전(耕者用田)으로, 농협조합장 직선제 폐지, 농업인 소득세 부과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고 있는 액션플랜은 미래 농업의 멋진 청사진이고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대안은 우리 농업·농촌의 오늘을 초래한 원인과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기초로 하고 있지 못한 까닭에 너무 먼 미래상(예: 식물공장 및 버티칼 팜)이거나 심각한 고민이 없는 대안(예: 쌀 변동직불제 폐지, 농진청과 서울대의 통합),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이 없거나(예: 경자유전원칙의 경자용전으로의 전환), 구체적이며 단계적인 계획이 미흡(새만금 및 서해안 간척지에 대한 대안)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이들이 주장하는 5대 성역이라는 것도 그동안 정부가 스스로 자초한 것이지 농민들이 막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에 의한 확실한 방향제시가 없는 상태에서 농민은 수지맞는 작목을 찾아 몰렸고 생산과잉, 가격하락, 경영부실, 부채누증의 과정을 거치면서 또다시 수지맞는 작목을 찾아나서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다.

특히 이들은 사경을 헤매고 있는 환자에게 미래의 멋진 청사진을 제시하기에 앞서 기초체력을 회복케 하고 의사의 처방을 믿고 신뢰하며 따라오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김완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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