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도 ‘작은 것이 아름다운’ 시대
과일도 ‘작은 것이 아름다운’ 시대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5.08.24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일도 ‘작은 것이 아름다운’ 시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기술지원과
농업연구관 류명상

독일의 경제학자 E. F. 슈마허(Schumacher,1911~1977)의 대표저서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는 책이 있다. 이는 로고스지 선정 20세기를 만든 책 100선에 들 정도로 유명한 저서이다. 이 책은 성장 지상주의의 환경 파괴와 인간성 파괴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지역 노동과 자원을 이용한 소규모 작업장, 소위 ‘작은 것’ 속에 지혜가 있음을 역설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경제학에는 문외한이어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단순히 사람이나 동물이 작은 것이 귀엽고 앙증맞다거나 가전제품이나 전자제품 등이 작고 가볍고 얇은 것이 좋고 인기를 얻는다는 것으로 이해했었다. 실제로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핸드폰 등이 새로운 기능도 추가되지만 하드웨어도 작아지고 얇아지는 신제품이 출시되는 것을 보게 된다. 대표적인 신상품이 시계형 컴퓨터가 아닐까? 앞으로 얼마나 더 작은 것이 나올까 기대되기조차 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과일의 소비형태도 다양화 하고 점차 작은 것을 선호하는 시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1980년대에는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 감귤 등 소위 6대 과종 위주로 소비됐다면 지금은 키위, 자두, 살구, 매실, 양앵두, 블루베리, 복분자, 오디, 아로니아 등으로 종류에 있어서 더 다양해졌다. 단순한 맛있는 과일이라기보다 변비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든지 피부미용, 시력, 비뇨기에 도움이 된다든지 하는 소위 기능성에 관심을 갖고 소비하는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능성을 강조하는 과일들은 대부분이 그 크기에 있어서 작은 것들이 많은 것이다.
그동안 큰 과일이 주로 명절 선물용이나 제수용으로 비싸게 팔리고 작은 과일은 비상품과 내지는 불량품이라는 고정관념으로 값싸게 팔려왔다. 그래서 농업인들도 될 수 있으면 큰 과일을 생산하기 위해 꽃이 필 때부터 꽃을 솎아 주고 열매를 솎아주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과일 소비는 명절 선물용이나 제수용으로만 팔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자가 소비용으로 연중 고르게 소비되고 있고 소비 성향도 큰 과일보다는 중소형 과일 소비가 늘어가는 추세이다. 가족 수에 있어서도 대가족 구조가 아닌 소가족 내지는 싱글세대가 늘어가는 추세여서 포장 단위도 소포장을 선호할뿐더러 큰 과일을 쪼개어 여러 번 먹기보다는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중소형 과일을 선호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작은 과일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꽃을 따주거나 어린 열매를 솎아주는 노력비 등 생산비를 줄일 수 있고 그만큼 친환경적이다. 둘째, 기능성으로 먹는 과일의 경우 특히 블루베리의 경우 과피 색소에 안토시아닌 등의 기능성이 많이 함유돼 있어 같은 무게일 경우 과일이 작을수록 과피의 표면적이 크게 되니 더 가치가 있다. 셋째, 작은 과일은 큰 과일에 비해 맛이 진하고 과육이 단단해 특히 저장할 경우 상품성이 오래가기 때문에 오래 저장할수록 큰 과일보다 유리하다. 넷째, 작은 과일은 쪼개거나 나누지 않고 한자리에서 한 개를 통째로 먹을 수 있다. 다섯째, 학교 급식이나 군납 등에 납품하기 적당하다.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작은 과일이 더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며 맛과 기능성,저장성이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작은 것은 무조건 다 좋은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단지 작다고 해서 불량품이라거나 제 값을 못 받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작은 것이 더 값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어야 한다. 소비자는 필요에 따라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현명한 소비를 선택할 수 있고 생산자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작은 것도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을 때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