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 화훼 공판장에 바라는 점
양재동 화훼 공판장에 바라는 점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6.10.0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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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가을이다. 비수기(7~8월)를 넘긴 화훼 시장도 다시 활력을 찾는 모양새다. 서울 양재동 화훼 공판장에도 가을맞이 식물 구매에 나선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양재동 화훼 공판장에 가면 꽃 소비 트렌드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관엽, 양란, 절화, 분화, 다육, 허브 각 품목별 인기 품종이 파악된다.

올 봄부터 꾸준한 인기를 끈 것은 단연 관엽 식물이다. 황사와 미세먼지로 공기 질이 나빠지자, 공기정화 식물 수요가 늘었다. 특히 큰 인기를 끈 품종은 산세베리아의 일종인 ‘스투키’다. 화사한 분홍 포엽이 눈길을 끄는 아나나스 ‘에크메아 파시아타’도 실내 인테리어 식물로 인기를 끌었다. 두 품종 다 이국적 외양이 특징이다.

반면 최근 몇 년 간 인기를 끈 공기정화 식물 안시리움’은 찾는 사람들이 다소 줄었다고 공판장 업자들은 귀띔한다. 절화 중에서는 공처럼 동그란 ‘그린팡팡’ 국화와 리시안셔스, 드라이 플라워로 만들기 좋은 천일홍과 스타티스가 여전히 강세다.

화훼 공판장은 소매업자에게 꽃을 공급하는 게 주요 기능이지만, 취미 원예가들도 상당수 방문하고 있어 도소매를 겸한다고 볼 수 있다.

취미 원예가들이 많아질수록 원예 산업의 저변도 넓어지는 것이므로, 이들을 위한 마케팅 노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양재동 화훼 공판장에는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첫째, 가격 정찰제가 활성화 돼 있지 않은 점이다. 공판장 입주업체 중 품목별로 가격을 표시한 업체는 극소수다. 싼 품목에만 가격표를 붙이거나, 아예 아무런 표시도 안한 업체들이 훨씬 많다.

“솔직히 말하면, 손님들에 따라 값을 달리 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화훼 판매업자는 이렇게 실토했다. 그러나 구매를 유도하려면, 투명한 가격 공개는 필수다. 꽃을 사러 왔는데 가격이 표시돼 있지 않으면 소비자는 난감하다. 일일이 물어보기도 번거롭고 겸연쩍다. 결국 소비를 안 하거나 덜 하게 된다.

둘째, 품종 이름이 제대로 표기되지 않는 점이다. 만약 물건이 마음에 들어 사고 싶으면 ‘저건 뭐고, 얼마냐?’라고 손으로 가리키는 수밖에 없다. 같은 품종을 다음에 또 사려 해도 이름을 몰라 묻질 못 한다. 명칭, 가격 표시도 부실한데, 관리 방법까지 친절히 알려주길 기대하긴 더 어렵다. 소비자들이 꽃을 사고도 기분이 찝찝한 이유다.

셋째, 일부 완제품의 비싼 가격이다. 공판장에서 분화를 살 때, 즉석에서 분갈이를 요청하면 ‘화분값’ 명목으로 몇 천원을 더 받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분갈이가 아닌 공예형 완제품은 시중의 꽃집보다 훨씬 더 비싸게 받는 업체들이 있다. 한 예로, 공판장에서 1만5000원에 파는 틸란드시아 작품이 인터넷에서는 유사한 제품으로 9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품종이나 가격을 표기할 시간이 없어서, 또는 인건비가 든다는 이유로 대충 판매하거나 꼼수를 부려 폭리를 취한다면 소비자는 외면하게 돼있다. 그 결과, 결국 피해가 화훼 생산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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