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6차 산업의 세 가지 걸림돌
과일 6차 산업의 세 가지 걸림돌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6.09.27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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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농가가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은 6차 산업이다. 농산물 재배와 가공, 체험을 함께 하는 것. 그대로 실현만 된다면 농가로선 큰 이득이다. 문제는 ‘제대로’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경남 밀양에서 4년간 사과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한 농가는 지난해 체험을 관뒀다. 한때 사과 분양체험은 성공적이었다. 도시민들이 한해 600명씩농장을 찾았다. 수확하러 온 손님들이 구매까지 하면서 저절로 단골이 됐다. 하지만 곧 주객이 전도됐다. 체험운영에 매달리느라, 정작 시장에 내다팔 사과수확 시간을 뺏겼다.

경남 창원에서 30년째 단감농사 중인 한 농가도 사정은 비슷했다. 단감 수확철이 되면 매일 수백명씩 밀려드는 유치원 체험객들을 ‘뒤치다꺼리’ 하느라 새벽부터 밤까지 허리를 못 편다. 인솔자로 따라온 교사들은 ‘체험하러 왔는데 서비스로 단감 몇 개 안 주느냐’고 대놓고 요구해 힘 빠지게 했다.

경기 이천의 한 복숭아농장도 6차 산업에 뛰어들었지만, 별다른 만족을 못 느끼고 있다. 복숭아 가공잼을 생산해 고속도로 휴게소와 백화점 아울렛에 납품하지만, 실적은 ‘별로’다.

“납품은하지만 요즘 그런 걸 사먹는 사람들이 어디 많나요”

백화점 입점이란 타이틀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정리하면, 정부의 바람과 달리 과일 농가들이 6차산업으로 성공할 확률은 결코 크지 않다. 세 가지 걸림돌 때문이다. 농가 6차산업의 성공을 방해하는 걸림돌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력 부족이다. 앞서 언급한 밀양의 사과농장을 예로 들자. 농가의 계획대로라면, 수확기간 중 1~2일을 지정해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수확 시기는 정해져 있고, 인력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양 손님들은 농가가 지정한 날이 아닌, ‘자신들이 편한 시간’에 왔다. 각자 개인 사정이 달랐기 때문이다.

“500~600명씩 되는 손님들이 여러 날에 걸쳐 띄엄띄엄 방문하면, 정작 도매시장이나 직거래 손님들에게 팔 사과를 수확할 시간이 없어요. 올 때마다 옆에 붙어 수확방법을 알려줘야 하거든요.”

게다가 분양 손님들은 당초 계약과 달리 추가 인원들을 끌고 왔다. 나무 1그루당 4인 가족에게 분양했는데, 막상 수확날이 되자 온갖 지인들을 동원해 데리고 온 것이다. 그들 입장에선 ‘일 년에 한번뿐이니 즐겁게’ 하려는 마음이었겠지만, 농가 입장에선 그만큼 인력 손실인 셈이다.

둘째, 지나친 홍보다. 언론이나 관공서의 소개로 지나치게 홍보되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방문객들이 몰려 온다. 미리 예약제로 실시한다 해도, 막상 방문객들을 맞이하려면 농업인 1명으로는 역부족이다.

아예 이웃 농가들과 법인을 만들어 상주 인력을 10명 이상씩 고용해야 할 경우도 있다. 매출은 늘겠지만, 경영비도 증가한다. 결국 농사 자체가 힘들어져 매일이 고생이다.

셋째, 가공품목의 한계다. 과일 농가들이 6차 산업으로 가공하는 제품은 주로 잼, 말랭이 종류다. 그외 주스, 과자등도 있지만 이는 대기업과 경쟁하면 불리한 품목이다. 과자와 주스 시장은이미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틈새시장을 공략한 잼, 말랭이는 유행을 타기 쉽고, 그나마 제대로 된 판로 찾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을 도외시한 채 무조건 ‘6차산업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정책은 위험하다. 농업인들이 원하는 정책은 한때 ‘반짝’ 유행을 타는 것이 아닌, 오래도록 안정된 소득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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