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당도·먹기 편한 과일이 뜬다
고당도·먹기 편한 과일이 뜬다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6.09.05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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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농사를 31년 했지만, 제 아들조차 배를 잘 안 먹습니다. 자두 농사도 같이 하는데, 자두는 종종 먹더군요.”(전남 나주시, L씨)“마트에서 주로 어떤 과일을 사먹나요. ‘내’가안 사먹는 과일은, 남들도 잘 안 사먹는 경우가 많습니다.”(국내 과수단체의 한 간부)

우리나라의 연간 생산량 1위 과일은 사과다. 최근 열대 과일 공급량이 늘고 있는 추세지만, 사과·배보다는 훨씬 적다. 지난해 사과 총 생산량(60만t)은 열대 과일 총 생산량(1174t)의500배가 넘는다.

그럼 사과·배의 인기가 열대 과일보다 더 많을까?

배의 총 소비량은 10년새 반토막이 났다. 사과는 지난해 생산량이 남아돌아 올 초여름까지도 판매됐다. 반면 대형마트의 바나나 코너는 언제나 인기다. 수입 체리나 망고를 싸게 파는 과일 트럭은 이제 시골 읍내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런 열대 과일의 선호도는 젊은층일수록 높다. 그들에게 과일은 디저트가 아니다. 밥 대신 먹거나, 과자 대신 먹는 간식이다. 따라서 단맛이 강하고, 먹기도 편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런 현상을 일컫는 용어까지 만들었다.

‘과일의 스낵화’, 즉 스낵형 과일이다.

우리 전통 과일(사과·배)의 인기가 지속되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바로 단맛과 편의성이다. 바나나는 껍질을 까는 데 30초도 안 걸린다. 파인애플은 아예 껍질을 깎아 소포장용기에 파는 곳이 많다.

반면 배는 껍질을 깎는 것부터 수고롭다. 한 손으로 받치고 칼을 쥐고 돌려깎아야 한다. 편리성에 길든 젊은이들이 이런 수고를 즐길 리 없다.

만생종 추황 배는 그나마 당도라도 높지만, 제사 때 흔히 먹는 신고 배는 매년 당도가 들쭉날쭉이다. 추석에 맞춰 인위적으로 숙기를 조절하다 보니 제 고유의 맛이 안 나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사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아버지가 배 농사를 짓는데도, 정작 고등학생인 아들은 배를 안 먹는다고 한다.

이 말에서, 우리 과일산업의 현주소가 드러난다. 젊은 세대에게 애국심에 기대 국산 과일구매를 기대해선 안된다. 달고 먹기 편한 국산 과일이 더 많아진다면, 수입 과일에 탐닉하던 젊은 소비층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먹기 편한 과일이란, 껍질째 먹거나 소포장된 과일이다.

그런 점에서, 요즘 국내 재배가 확산 중인 청포도 '샤인머스캣'의 인기가 기대된다. 이 포도는 씨도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어 고가에 팔리고 있다. 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육성한 배 '조이스킨' 품종도 기대된다. 이 배는 껍질째 먹는 미니 배다.

지금부터 20년 쯤 후엔, 과일을 상자 단위로 사먹는 관행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만큼 간편 과일의 수요는 커질 것이다. 특히 직거래를 하는 농가들은 소포장 유통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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