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 병해충 확산… 방제 구멍 탓
돌발 병해충 확산… 방제 구멍 탓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6.07.18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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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녀벌레 등 예찰 지역 도심은 포함 안 돼
대전의 한 야산에 미국선녀벌레 약충이 집단 서식하고 있다.

과일 나무에 서식하며 피해를 입히고 혐오감을 주는 돌발 병해충의 서식 규모가 여의도 면적의 30배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작 해당 병해충을 전국적으로 통합 방제할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나 시정이 요구된다.

경기도 용인에서 텃밭 농사를 하는 김 모 씨는 최근 농지 인근 나무들에서 하얀 벌레들을 자주 목격했다. 나무에 집단 서식하는 이 벌레의 이름은 미국선녀벌레다. 미국선녀벌레는 나무 즙액을 빨아먹어 피해를 주는데도 방제는 쉽지 않아 골치다.

경북 상주에서 포도 농사를 하는 이 모 씨의 농장에도 돌발 병해충이 발생한 지 오래다. 그중 하나인 꽃매미는 최근 천적이 밝혀진 이후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방제에 성공했지만, 미국선녀벌레는 여전히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전국 각지에서 이른바 돌발 병해충으로 지정된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등이 서식하고 있어 농작물 피해가 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병해충은 서식지에 따라 산림청과 농촌진흥청, 지자체가 예찰 및 방제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다만 공원, 주거지 등 기타 도심 지역은 지자체가 담당하지만 정기적 예찰보다는 신고에 따른 방제 위주여서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촌진흥청 재해대응과 관계자는 "산림 방제의 경우 방제를 실시하면 해충이 더욱 깊숙한 곳으로 숨어버리기도 한다"며 "또 꽃매미 알은 눈에 잘 띄어 비교적 발견이 쉽지만 다른 해충은 알을 찾기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도심 지역의 경우, 방제시 농약 사용에 따른 추가민원도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제를 위해 나무에 농약을 뿌리면 냄새가 난다며 추가 민원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돌발 병해충으로 지정된 갈색날개매미충이 전국 야산에서 발견되고 있다.

 

돌발 병해충, 고속도로 변 따라 급격히 퍼져
미국선녀벌레는 2009년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북미 원산의 해충이며 현재 54개 이상 시군구에서 발견 신고가 접수됐다. 또 갈색날개매미충은 2010년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49개 이상 시군구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미국선녀벌레는 발견 초기에 고속도로 주변을 따라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조사돼, 수입 화물에 숨어있던 알이 제대로 검역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미국선녀벌레는 나무 껍질(수피) 속에 알을 낳기 때문에 검역 과정에서 육안으로 발견하기 어려우므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돌발 병해충 2종 서식 면적 여의도 30배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갈색날개매미충의 서식 면적은 6958ha, 미국선녀벌레의 서식 면적은 4026ha인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이 병해충 2종의 서식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30배에 달하며, 공식 보고된 지역 외의 잠정 서식(월동)지를 고려하면 실제 출몰 면적은 더 넓을 것으로 추정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검역정책과 복옥규 주무관은 “농작물에 발생하는 병해충은 ‘식물방역법’에 따라 농촌진흥청이, 산림에 발생하는 ‘산림법’에 따라 산림청이 담당하고 있다”며 “전국의 각 도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가 관련 리플렛을 만들어 방제 요령을 안내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 재해대응과 이용환 연구사는 “농진청은 농경지 및 농경지와 인접한 산에 대해 정기 예찰과 방제를 실시하고 있다. 공원, 아파트 단지 등 도시 지역은 각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으며, 신고가 접수되면 농진청에 방제 지원을 요청하는 시스템이다. 방제 관리 체계가 가장 보완돼야 할 곳은 도심 지역”이라고 말했다.

충남대학교 응용생물학과 정성훈 교수는 “돌발 병해충은 포도, 감, 복숭아 등 다양한 나무를 기주로 한다. 장기적으로는 천적을 활용한 방제가 가장 바람직한데, 돌발 병해충은 현재 국내에 천적이 없는 경우가 많아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병해충, 서식지 따라 ‘각자’ 관리? 통합방제 체계 마련 시급
도심에서 발견되는 돌발 병해충은 주로 집단 서식하며 혐오감을 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농경지의 경우 미국선녀벌레는 단감, 포도, 배나무 등에 서식하며 즙을 빨아먹고 배설물은 그을음병을 유발해 직접적인 경제 피해를 주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갈색날개매미충 역시 과실 나무에 서식하며 즙을 빨아먹고 생육 불량을 유발한다.

문제는 농경지와 도심이 잇닿아 있거나 섞여 있는 지역이다. 농경지에 서식하던 돌발 병해충이 도심으로 쫓겨나 서식하다 월동하면 이듬해 도심에서 번식, 다시 농경지로 유입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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