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 권리, 유엔농민인권선언
농민의 권리, 유엔농민인권선언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6.06.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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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원

전 세계 농민들은 인류의 먹거리를 생산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 농민들은 가난 과 기아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거주하고 있는 농민들은 WTO 세계화 속에서 식량불안, 영양부족, 차별, 착취에 취약한 상태로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농산물 수입자유화 시대에 어느 나라 농작물 이든 국제적인 자본에 의해 상품화되고 공산품처럼 취급되고 있다.

전 세계 식량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소수의 강대국과 곡물메이저의 반대편에는 아무리 노력해 도 제대로 된 소득을 얻을 수 없어 빈곤, 차별에 시달리는 농민이 있다. 식량은 인간 생명이며 식 량을 생산하는 농민의 권리를 찾는 것은 인간생명을 지키는 길과 맞닿아 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사람답게 살 권리, 인권(human rights)이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최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할 권리이지만 사회적 약자의 삶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양극화의 심화 속에서 유린당하고 있다.

전 세계 76개국 2억명의 소농, 원주민, 농업노동자 등이 결합돼 있는 국제적인 농민운동 조직 들의 연대체인 라 비아캄페시나(La Via Campesina)는 농민인권이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인권, 인간이 살아가는 지구생태계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인식하에 “농민 및 기타 농촌지역 노동자의 권리에 관한 선언”(이 글에서는 이를 ‘농민인권선언’이라 약칭하겠 다)을 준비하게 된다.

비아캄페시나의 활동에 힘입어 농민과 농촌노동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의 권리와 삶이 향상될 필요성에 대한 국제적인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 2000년부터 시작된 농민인권선언의 움 직임은 유엔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에서 유엔인권이사회의 권고에 따라 농민인권선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유엔내에서 논의되게 된다.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는 2011년~2012년 연구를 통해 비아캄페시나의 선언을 모델로 한 선 언초안을 담은 보고서를 인권이사회에 제출하게 된다. 2012년 10월, 제21회 인권이사회에서는 결의안(A/HRC/RES/21/19)을 채택하며 농민인권선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농민인권선언을 공식적으로 논의하게 될 정부 간 실무그룹을 신설한다.

이에 따라 농민인권선언 초안을 협상하고 관련기관들과 협의 및 자문 등을 수행하는 의무는 정부 간 실무그룹에서 그 임무를 부여받게 되었다. 정부 간 실무그룹은 패널토론 등을 통해 농민 들의 중요성, 농촌지역의 인권상황, 유엔 농민인권선언의 중요성, 농민 및 농촌노동자의 권리와 격차 등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했다.

정부 간 실무그룹의 회의결과를 바탕으로 2015년 1월, ‘농민 및 농촌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의 인권에 대한 유엔 선언 초안’이 발표된다. 이 초안은 세계인권선언과 양대 국제규약을 비롯해 현존하는 국제인권법에 명시된 기본원칙과 더불어 농민 및 기타 농촌지역 노동자와 관련 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초안은 30개 조항으로, 농민의 정의 및 기본원칙을 담고 있는 part Ⅰ (1~5)과 농민의 실체적 권리를 담고 있는 partⅡ(6~30)로 이루어져 있다. 농민의 정치적인 권리에 대한 보다 명확한 입장 제시와 경제적, 사회적, 시민적 권리에 대한 내용을 다루며 권리를 강화시켰다. 농민이 그들의 자체 식량을 생산할 권리, 재배하고자 하는 작물을 결정할 권리, 적절한 가격으로 농작물을 팔 권리 등과 그 권리들을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의무도 규정하고 있다.

유엔인권이사회 47개 이사국들은 농민인권선언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농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가는 선언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 고 있고 우리나라도 반대에서 기권으로 한 발짝 물러섰을 뿐 찬성의 입장을 취하고 있지는 않다. 앞으로 유엔농민인권선언은 정부 간 실무그룹의 공식, 비공식 협의를 거치며 4차 회의 때까지 각국과 시민사회, 관련 그룹과 논의를 이어갈 것이다.

농민인권선언의 필요성이 유엔에서 인정 되고 전 세계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 농민들의 처절함이 전 세계가 인정할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농민이 마음껏 농사지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고 도시지역과 불평등하지 않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농민인권선언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파괴되고 있 는 전 세계 농민의 삶을 변화시킬 의미있는 성과를 이루게 되길 희망한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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