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 화훼산업 메카 의지 있긴 하나
과천시, 화훼산업 메카 의지 있긴 하나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6.04.04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서울화훼단지’로 불리는 경기 과천시 주암동 화훼단지는 요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정부가 지난 1월 주암동 뉴스테이(민간 임대주택) 조성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영업 존폐 위기를 느낀 화훼 농업인들과 국토교통부, LH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과천 주암동 93만㎡ 부지에 5200가구 규모의 대규모 뉴스테이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부지는 수십년 동안 화훼 농업인들의 생활 터전이었다. 국토부와 LH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4만㎡ 규모의 과천화훼종합유통센터를 건립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과천화훼산업대책위원회 측은 “택도 없다”며 9만㎡로 늘릴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린 ‘과천화훼종합유통센터의 미래를 위한 토론회’도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자리였다. 과천 화훼업자들의 요구사항은 3가지로 요약됐다.

종합유통센터가 건립된다면 규모는 국토부 제시안의 2배여야 하며, 기존업자들이 부담 없이 입주해 전처럼 영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회에는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사무관 각 1명을 제외하고 보상 협상의 주체인 LH, 과천시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참석 예정이었던 LH 관계자는 회의를 이유로 불참 통보했으며, 과천시 관계자들 역시 행사 초반에 얼굴만 비친 후 자리를 떴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 사무관은 “지금 당장 내놓을 수 있는 계획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고 농식품부 역시 “과천시로부터 어떠한 청사진이나 지원 요청을 받은 바 없어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 와중에도 일부 농업인은 “국토교통부 사무관께서 참석해 주어 ‘다행’”이라고 말했을 정도니, 그동안 당국으로부터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한 농업인들의 답답함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된다.

사실 농식품부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다. 중앙 정부가 230개 지자체 중 특정 1곳을 지정해 사업의 A부터 Z까지 제시하고 이끌어 갈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럴 경우 지방자치주의 역행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물론 해당 사업이 ‘화훼’ 산업이라는 점에서 더 능동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말이다.

결국 과천시가 나서서 이들의 이권을 철저히 대변하고 이끌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천화훼종합유통센터 사업이 벌써 13년째 표류하고 있는 점, 국토부·LH에 대한 과천시의 대응이 다소 미온적이라는 점을 통틀어 볼 때 과천시는 이들에 대한 권리 보장은 차치하고, 주암동 일대를 화훼 산업 메카로 발전할 의향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중앙 정부부처의 공무원들까지 출장을 와 농업인들의 ‘어려운 질문들’에 답할 동안, 정작 과천시 관계자들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