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복지 갈 길 멀었다
동물 복지 갈 길 멀었다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6.03.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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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반려동물 천국’ 시대다. 오는 2020년엔 반려동물 시장 규모만 6조원에 달할 예정이라 한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 금년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또 전국의 반려동물 수는 현재 700만 마리에 달한다.

그런데 ‘동물’이라고 다같은 동물이 아니다. 보호받는 동물에도 ‘주류’, ‘비주류’가 있다는 말이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동물 수입이나 판매를 영위하는 영업장의 범위와 시설은 농림축산식품부령에 따르게 돼 있는데, 그 ‘동물’에는 개, 고양이, 토끼 등 6종류가 명시돼 있다. 여기에 양이나 돼지는 없다.

쉽게 말해 집에서 기를 양이나 돼지를 교배해 판매하는 경우 농림축산식품부령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농식품부 관계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답변은 간단했다. “애완 돼지를 기르는 가정이 늘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흔치는 않잖아요.”

그런가 하면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동물 카페를 관리할 현행법이 없다. 누구든지 가정이나 식당, 카페를 불문하고 동물 학대를 목격한 경우 ‘동물보호법’에 따라 신고할 순 있지만 사후 조치에 불과하다. 좁은 실내에서 매일 손님 수십 명의 손길에 노출되는 동물들을 적절히 쉬게 하거나 정기 검진을 받게 할 법적 조항은 전혀 없는 상태다.

실제로 일부 동물카페의 경우, 동물들이 운동은 하지 않고 하루종일 손님들이 주는 간식만 먹다보니 과체중이 된다거나, 심지어 상처가 났는데 방치돼 있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특별한 질병은 없지만 무기력한 행동을 보이는 동물들도 많다.

영업 부진으로 동물카페가 문을 닫는 경우 문제는 더 커진다. 오갈 데 없어진 동물들은 영업주 마음대로 처분되거나 길거리에 방사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동물카페가 다른 식당, 카페들과 똑같이‘일반 음식점’으로 분류되는 것이 과연 옳은 걸까.

개, 고양이 카페는 유행하기 시작한 지 오래며, 이제 양이나 너구리 등 소위 ‘이색’ 카페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생태계에 치명적 위험을 줄 수 있는 동물을 불법으로 수입해 카페 영업을 하다 길거리에 방사하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동물 복지에 관한 한 가장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의 경우, 동물의 다섯 가지 자유로 1)배고픔과 갈증 2)불편함 3)고통, 부상, 질병 4)정상적인 행동 표현 제한 5)공포와 정신적고통으로부터의 자유를 규정하고 이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동물 보호나 복지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할 일 없어 벌이는 일’ 따위로 치부하는 인식이 팽배하다. 동물복지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축종에 상관없이 모든 동물들에 대해 적극적인 복지 업무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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