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과일 위주 시장, 아직은 먼 일
작은 과일 위주 시장, 아직은 먼 일
  • 정준영 기자
  • 승인 2016.03.21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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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한 가구당 인원이 적어져 큰 과일을 한 번에 못 먹는다. 어느 배 원예조합의 조합장은 배 한 개를 자신과 부인 두 명이 이틀에 걸쳐서 먹는다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다. 과거처럼 과일을 한 번에 많이 먹지 않아 출하하는 박스 크기도 15kg에서 7.5kg,3kg 등으로 점점 작아지는 추세다.

10개가 안 들어가는 한 단짜리 박스도 다 못 먹으니 농가에서는 중소과 위주로 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간편하게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도 개발되고 있다.

허나 막상 중소과를 시장에 내놓으면 팔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실제 시장 상황이 다른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성주에서 그 힌트를 들었다. 참외를 다 못 먹어서 버린다고 하더라도 일단 큰 박스로 사서 간단다.

중소과가 안 팔리는 이유를 알게 됐다. 당장 집에 있는 냉장고만 봐도 왜 그런지 알 수 있었다. 지금 먹지 않아도 일단 채워 둔다. 마트가 코앞이라서 언제든 신선한 식품을 살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일단 과일 칸을 가득 채워 둔다. 그래서 냉장고는 점점 더 커지고 그것도 모자라 한 집에 냉장고를 2~3개씩, 어떤 곳은 6개의 냉장고를 가진 집도 있다.

냉장고 하나에 들어있는 식품만으로 4인 가족이 장 한번 안 보고 한 달 반을 살았던 실험도 있었다. 지금의 40대 중반 이상은 배고픈 어린 시절을 겪었기에 무의식적으로 먹을거리를 든든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과일을 살 때 다 먹지 못하더라도 넉넉한 크기와 양을 필요로 한다. 물론 다 먹지 못한다는 생각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많이 사야 한다는 심정과 많이 사봤자 다 먹지도 못한다는 판단 사이의 결과가 지금의 과일과 과일 박스의 크기일 듯하다.

그래서 중소과를 선호하는 측은 젊은이들이다. 언제든지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았기에 필요할 때마다 구입한다. 그래서 젊은 부부의 냉장고는 그리 크지 않고 그마저도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단 점에서 알 수 있다.

그러니 중소과의 필요성은 다들 공감하지만 지금 당장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먹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 마음을 가득 채워줄 넉넉한 크기가 필요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 추세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필요한 만큼 먹을 것을 구입하는 세대가 몇 년 후에는 경제의 주류가 되니 말이다.

몇 년 후면 중소과 위주의 시장이 될까? 결국 그리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중소과 위주가 된다 하더라도 전체 시장은 줄어들 수 있다. 딱 필요한 만큼만 살 테니 말이다. 이제 적과할 시기가 다가온다. 농민들은 어떤 전략으로 과일을 달고 시장에 내야할 지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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