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농사도 마케팅 시대
과일 농사도 마케팅 시대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6.03.14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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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유기농 할 줄 몰라서 못 하나요? 당장 제 주변에도 유기농 해보겠다고 뛰어들었다 쫄딱 망한 사람 봤어요.”

얼마 전, 경북 안동의 한 사과농장을 찾았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친환경 재배를 한다기에, 올해 초 폐지된 ‘저농약 농법’을 일컫는지 묻는 과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유기농이 아닌 저농약 농법이 맞았다.

지난 1월 1일자로 과수 부문 친환경 인증은 ‘유기농’과 ‘무농약’ 두 가지로 축소됐다. 가장 하위 단계라 할 수 있는 ‘저농약 인증’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가중한다는 논리로 영영 폐지됐다.

하지만 과수 농업의 경우 기존에 친환경 범주에 들던 농가의 70% 이상이 저농약 인증 농가였다.

따라서 추후 ‘친환경 과일’이라 부를 수 있는 과일은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그나마 친환경 과일 중 큰 비중을 차지한 포도마저도, 지난해 전체 포도농가의 11%가 FTA 폐업지원 신청을 함에 따라 친환경 과일시장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저농약 내지 관행 농법을 따르던 과수 농업을 유기농업으로 유도하기 위해 관련 리플릿을 만들어 농촌에 배포했다. 

그러나 정작 현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앞서 예로 든 농가 외에도 ‘유기농사 하면 본전치기도 어렵다’ ‘알거지 된다’ 등 비관적인 실토가 대부분이었다. 한 농업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뼈 빠지게 고생해서 유기농 과일을 시장에 내놔도 제값을 못 받기” 때문이다. 품질이 더 좋아 가격을 높여 받는 것인데, 소비자들은 가격만 보고 지레 외면한다는 것이다.

물론 누구도 친환경 과일 농사를 강요할 순 없다. 강요할 이유도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친환경 과일 실태를 모른 채 저농약 인증제를 폐지한 것이 아니다. 

다행히 많은 과수 농가들이, 인증 여부와 무관하게 기존의 저농약 농법을 고수할 의사를 갖고 있다. 인증을 못 받는다 해서, 쓰지 않던 제초제를 쓰고 농약을 마구잡이로 살포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관행 농법과 다르다는 것을 ‘인증’할 길이 이제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공들여 수확한 ‘사실상’의 저농약 과일을 어떻게 ‘제값’ 주고받을 것인가. 핵심은 마케팅이다. 생산만 하고 나머지는 농협이나 도매상인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아니라, 블로그나 SNS를 통해 마케팅에 뛰어드는 것이다. 2030세대들은 놀이에 익숙한 세대다. 그들을 대상으로 한 소비 시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카카오파머가 제주감귤과 놀이용 스티커를 묶어 팔아 ‘대박’이 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또 전국의 농업기술센터도 마케팅에 지금보다 더 큰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최근 과수 분야의 한 사단법인 정기총회에서 한 농업인이 제기한 불만사항을 농업기술센터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매년 똑같은 재배기술 교육 말고 차라리 매년 바뀌는 농업정책을 기술센터에서 알려 달라.” 농업인들이 정보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처럼 농업기술 리플렛만 배부해 ‘선전’하는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농산물 시장을 따라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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