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도 남과 차별화가 필요한 시대
농산물도 남과 차별화가 필요한 시대
  • 정준영 기자
  • 승인 2016.03.07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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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는 한라봉을 뽑고 있다.” 
이 말만 들었을 때는 ‘농사가 힘들어져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나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다. 더 듣고 보니 품종 갱신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라봉 재배농가가 늘어나 한라봉이 평범해져 더 이상 높은 수익을 올리는 시기가 지나서란다.

천혜향도 신선함이 줄어들어서 그런지 수익이 떨어졌다고 한다. 팔리고는 있으나 예전같은 쏠쏠한 수입을 올리기가 어려워졌단 이야기다. 한라봉과 천혜향은 이제 육지에서도 많이 재배되기 시작했으니 지금이 품종을 바꿀만한 시기다.

그 뒤로 선택하는 품종은 상고귤 같이 색이 빨갛거나 하는 특징 있는 귤이다. 이젠 단순하게 맛있기만 한 것을 넘어서서 눈에 띄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산품처럼 이젠 농산물도 남과 차별성이 있어야하는 시대가 됐다.

오래전부터 공산품에서는 다른 제품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감성을 판매 전략으로 잡고 있다. 상향평준화된 제품 속에서 자신의 제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농산물도 비슷하다. 소비자의 수준이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다들 농사 기술이 좋아져서 품질 차이를 예전만큼 내지를 못하게 됐으니 자연스럽게 다른 경쟁 농산물과는 다른 차별성을 강조하게 됐다.

공산품에서 사용하는 차별 마케팅은 감성 마케팅, 소비자 경험 마케팅 등이 있다. 농산물에서 가장 쉽게 사용할 만한 것은 앞서 말한 색이나 형태가 다른 농산물이다. 소비자들은 새로 나온 농산물에 호기심을 가지고 사 먹어본다. 물론 맛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기존의 농산물과 너무 튀어서도 안 된다. 한국 사람들은 새로운 먹을 것에 관심을 가지기는 하지만 너무 새로운 먹을거리는 거부감을 느껴서다.

소비자 경험도 중요한 포인트다. 직거래하는 농산물에 이야기를 담아서 넣거나 체험농장도 이런 일환이다. 같은 배추라도 사연이 있는 배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똑같은 사과라도 시장에서 사온 사과보다 자신이 직접 딴 사과
에 애착을 더 많이 가지게 되는 법이다. 물론 남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처음 경험하고 알리는 것도 중요한 소비자 경험 중 하나다.

무역자유화로 전세계에서 농산물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시장에 고품질 농산물이 넘쳐난다. 이런 상황에서 남과 같으면 차이를 내기가 힘들다. 차이가 없으면 경매가격에 전적으로 의존해야한다. 최소한 포털 사이트에서 자신의 이름이나 농장이 검색이 될 수 있어야 조금이라도 더 잘 팔리게 될 것이다.

물론 최고의 물건을 많이 생산할 수 있다면 상인들이 ‘누구네 물건은 최고’라고 손꼽게 만들어 경매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도 주요한 전략이다. 품질이 좋은 물건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에게 맞는 차별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대다. 요즘은 정말 쉬운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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