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에서 과일로, 시설재배 과일 늘어난다
화훼에서 과일로, 시설재배 과일 늘어난다
  • 정준영 기자
  • 승인 2016.02.19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눈발이 휘날리는 날씨에 귤 농가를 취재했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눈 내리는 제주도를 다녀왔을 것이라 짐작하겠지만 사실 경기도 이천이었다.
20년 전에 제주도가 아닌 지역에서 귤을 키울 수 있다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그때 이미 지구 온난화가 상당히 진행되던 때였음에도 말이다.
그로부터 얼마 지난 후 한반도 남부지방에서 아열대 작물이 재배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재배 한계선이 상당히 북상했다. 육지의 귤 농가들은 “인지도에서 제주에 밀릴 뿐이지 맛은 우리가 훨씬 좋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맛이 좋다. 비결은 흙과 햇빛. 육지의 흙은 제주도의 흙에 비해 보수력과 보비력이 좋고 자주 흐린 제주 날씨보다 일광도 좋아 귤맛을 들이는 데 훨씬 유리하다.
귤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열대 작물들이 육지에서 재배된 지는 오래다. 그동안은 소비시장이 없어서 ‘된다’는 이야기만 듣고 지었다가 큰 손해를 본 농가가 많았지만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지역의 외국인 상가를 통해서 판매하면 돼 어느 정도 시장도 형성됐다.
특히 재배되는 아열대과일의 경쟁력을 가지게 만드는 요인은 바로 시설이다. 아무리 아열대식물의 재배가 가능해졌다고 해도 겨울은 춥기에 노지에서 바로 지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아열대과일만을 키우기 위해만 시설을 지은 사람도 있지만 예전에 사용하던 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서 과일로 전향한 사람이 많다. 그 사람들이 전에 지은 작물을 보면 거의 꽃이다.
꽃을 키우는 높은 하우스는 나무를 키울 수 있을 정도고 충분한 난방 시설은 열대과일을 키우기 손색이 없다. 화훼 농가에서 아열대과수로 전환하는 이유 중 상당수가 기존 화훼시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꽃에서 과일로 전향한 농부들은 “매출은 줄었지만 들어가는 돈이 확연히 줄어 수익은 전과 별로 차이가 없고 일손이 적게 들어가 너무 편하다”고 말한다. 꽃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난방을 강하게 해야 하지만 아열대과일 나무는 그다지 높은 온도를 필요로 하지 않고 꽃에 비해 사용되는 약제 수가 적다.
그래서 그런지 농가에서도 “꽃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과일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말해줬다. 최근에 전환한 사람이 많아 아직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온 곳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이미 과일 농사로 바꾼 농장이 여러 곳이니 10년 뒤에는 다양한 아열대과일이 시장에 나올 것이며 ‘귤하면 제주도’란 공식도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올 변화는 하우스에서 재배되는 과일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꽃 농사가 수익이 되지 않아 다른 작물을 찾는 농민에게 시설을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일손이 적게 필요하고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과일은 매력적이기도 하거니와 품질 좋은 과일을 생산할 수 있다. 시설 재배로 전환하는 기존 과수 농가도 늘어나는 중이다.
농사는 시설싸움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이제는 채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