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농지 가격, 농가 수익에 치명적
높은 농지 가격, 농가 수익에 치명적
  • 정준영 기자
  • 승인 2016.02.01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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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산물 가격은 다들 알다시피 비싸다. 국내 농산물 가격이 비싼 이유로 비효율적인 유통을 가장 큰 원인으로 들지만 또 다른 원인 중 하나가 비싼 농지가격이다. 비싼 농지 가격이 농가 수익을 올리는 데 큰 장애가 된다.
사실 농사를 지으려면 본인 땅은 필수다. 자신의 땅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지원받을 수 있는 범위가 다르고 융자 금액도 다르다. 현대 농업에서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최첨단 시설 투자를 하려면 본인 소유의 땅이라야 가능하다. 오래 쓰지 못할 남의 땅에 비싼 시설투자를 할 수는 없어서다.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땅 가격과 농자재 사용 이상을 벌기 전에는 실제로 수익을 낸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평야 지대의 농지가격은 천차만별이나 도시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경우 밭의 가격은 3.3㎡당 20만원 내외의 가격을 형성한다. 도시에서 가깝고 인기 있는 지역에서는 밭 가격이 40만원이 넘어가는 일도 있다.
대도시 인근은 농지가 풀릴 가능성을 보고 투자해 3.3㎡당 몇 백만원인 밭도 있다.
토지가격이 높으면 그만큼 자금의 여유가 없어 시설투자비용이 줄어든다. 땅을 비싸게 주고 샀으니 농산물을 싸게 팔면 손해다.
옛날에 사서 가지고 있던 땅값이 오른 거라면 오히려 좋겠지만 새로 농업에 진입하는 사람들에겐 큰 장벽이다.
밭 3.3㎡당 20만원이면 농협 가입이나 지원 받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농지 990㎡만 사더라도 벌써 6천만원이다. 농사를 지으면 다들 알겠지만 이 넓이로는 농사로 돈 벌기 힘들다.
예를 들어 농지 가격이 3.3㎡당 20만원인 곳에서 300평을 구입해 200평의 비닐하우스를 지으면 1억 가까이가 들어간다. 수익 높은 작물이라하더라도 평당 15만원을 넘기 힘들지만 15만원을 번다고 가정하자. 수익을 온전히 모아도 농지와 투자한 시설비를 뽑는 데 4년이 걸린다. 농지 가격이 3.3㎡당 10만원이었다고 하면 2.7년 정도로 확연히 줄어든다. 농사를 짓는데 돈이 안 드는 것도 아니고 교체비용 등의 지출을 생각하면 더 오래 걸린다. 돈 잘 버는 귀농 농민이 농사 시작할 때 진 빚을 모두 갚기까지 10년 넘게 걸리는 이유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그렇다고 농지 가격이 싼 곳으로 가기도 힘들다.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기에 농업지원이 적거나 유통이 힘들다. 새로운 기술을 배울 사람도 별로 없고 정보도 부족하다. 괜히 먼 곳으로 귀농을 갔다가 도시 가까운 곳으로 다시 옮기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높은 땅값을 낮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농산물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방법은 네덜란드처럼 작은 땅에서 높은 생산력을 올릴 수 있는 기술을 쌓거나 다른 선진국처럼 고가격 농산물을 생산하거나 유통을 개선하는 것 정도다. 또, 장기 농지 임대 계약과 이를 보전해 주는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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