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고가 장미는 이유가 있다! '후디니 스프레이'
[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고가 장미는 이유가 있다! '후디니 스프레이'
  • 이혁희 기자
  • 승인 2019.01.21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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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장미농장 오하늘 대표
후디니스프레이는 키우기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수확량이 적다.
후디니스프레이는 키우기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수확량이 적다.

화훼공판장의 경매 가격은 물품의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경매는 가격 변동을 예상하기 어려워 직거래를 선호하는 농가도 있지만, 보편적으로는 경매 시장을 통해 작물을 유통한다. 현재 aT화훼공판장에서 거래 되고 있는 장미 품종은 120여 가지 정도이다. '후디니 스프레이'는 그 중에서도 확연히 다른 경매가가 눈에 띄는 품종이다. 후디니는 독일의 신품종으로 토마토 형의 복색 장미형태이다. 토마토 형은 만개했을 때, 꽃 한 가운데에 녹색 잎이 나오는 모양이 토마토를 닮았다 하여 분류한다.

후디니 스프레이는 꽃 중간에 초록 잎이 나는 토마토형 장미다.
후디니 스프레이는 꽃 중간에 초록 잎이 나는 토마토형 장미다.

비싼 장미는 이유가 있다

일부 고가 품종은 재배가 까다로운 경우가 있다. 재배의 어려움이 가겨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후디니스프레이는 고가 품종임에도 재배 상 특별히 어려운 점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오 대표는 "후디니가 다른 장미 품종에 비해 키우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쉽게 쓰러지는 편이라는 것이 단점입니다. 수확한 후에 곁순이 나오는 시간도 1.5배 정도 더 걸립니다. 결과적으로 다른 품종보다 수확량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 대표는 후디니의 고가 책정을 결국 시장의 '인기'라고 말했다.

이 농장은 라펄, 샹그리라, 스위트스킨 3품종이 주력이고 그 이외에 6종의 장미를 키운다.
이 농장은 라펄, 샹그리라, 스위트스킨 3품종이 주력이고 그 이외에 6종의 장미를 키운다.

장미 재배 2대째인 오하늘 대표
최고 가격을 받는 장미를 찾아 나섰다가 만나게 된 오하늘 대표의 나이는 30. 상당히 젊은 나이다. 7300㎡(2200평)의 넓이의 연동하우스는 올해 초에 지었다고 한다. 고양시에서 젊은 나이에 이정도 규모의 농사를 짓는 사람에서 짐작했지만 2대 째 장미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진로를 찾던 중 장미 농사를 택했다고 한다. “졸업 후 집에 와보니 아버지의 농장이 힘들어서 가족들이 전부 일을 도왔는데 몇 년간 해보다 보니 저에게 잘 맞았습니다. 게다가 이 지역은 다들 농가의 2세들이 많아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농사짓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농협대에서 짧은 과정을 마치고 영농후계자라 지원 대상에도 포함돼 일이 하나 하나 맞물려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장미 농사를 선택했다.
“아버지 농장에서 일할 때는 시키는 일만 하니까 몸만 힘들었는데 직접 운영을 하니까 병충해엔 어떤 약을 써야하고 생산 가격도 고민해야하니 이제는 몸이 힘든 것보다 신경써야할 것이 많아졌습니다. 그래도 아버지와 상의하면서 해나가고 있어요.”

수확한 장미는 저온 창고에 보관해 출하를 기다린다.
수확한 장미는 저온 창고에 보관해 출하를 기다린다.

농장 인근에 살아 항상 농장을 살필 수 있어
고양시에 있는 농장이라면 도시에 거주하며 농장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오 대표는 농장 인근에 집이 있다. “농장이 멀면 관리에 소홀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대처가 가능한 것도 장점입니다. 밤 9시나 10시쯤에 산책 겸 한 번씩 농장을 둘러봐요.”
그래서 요즘 농가마다 다 설치되어 있다는 ICT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 필요하면 농장으로 바로 보러 갈 수 있어서다. 본인, 아버지, 직원이 항상 농장을 둘러본다.
아직은 직접 운영한 기간이 길지 않아 모자란 부분도 많다. 경영비를 아끼려다가 낭패를 본 적도 있다고 한다.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만 온도를 낮춘 적이 있는데 노균병이 와서 난방비를 줄인 것보다 더 큰 손실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젠 꽃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기로 했어요.”
생산비를 아끼기보다는 수요를 예측해 소비자가 원하는 품종을 재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장미를 선물로 안 쓰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행사나 이벤트, 결혼, 호텔 을 타깃으로 품종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스탠더드의 경우에는 꽃이 큰 대륜 품종이 가격이 잘나오더군요.”

높은 가격은 소비자의 취향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높은 가격은 소비자의 취향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좀 더 경험이 쌓이면 다른 농장 둘러보고파”
“지금은 미숙해서 농장에 계속 매달려 있지만, 앞으로 경험이 쌓여 여유가 생기면 다른 농가들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보고 싶어요.”
다른 농가뿐 아니라 중국 화훼 시장도 경계의 대상이다. 다른 농가도 그러하지만 독립된 농장을 운영하며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오 대표도 중국에서 생산된 화훼에 촉을 세우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생산된 장미가 물량으로 들어와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할 듯합니다. 단지 장미는 생물이다 보니 한국 장미는 신선도 등의 품질과 유통과정에서 유리합니다. 하지만 당장 닥친 일은 아니라 확실한 것은 나중이 되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최고가격 장미를 키우는 오하늘 대표. 후디니 스프레이를 키우는 농가를 찾다 2대를 이어 장미농사를 짓는 젊은 농부와도 만나게 되기도 했다. 최고가격이라도 많은 수익을 내는 품종은 아니었지만, 소비자들이 어떤 장미를 선호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지표임은 분명해 보인다. 동시에 젊은 농부의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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