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농촌에서 부가가치를 일으킬 사업은 결국 '문화관광'
[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농촌에서 부가가치를 일으킬 사업은 결국 '문화관광'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9.04.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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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회사법인 미마지(주) 도영미 대표
미마지(주) 도영미 대표
미마지(주) 도영미 대표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살펴보기 위해 방한한 유네스코 심사위원들이 식사하러 들렀다가 엄지를 추켜올렸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곳이 있다. 충남 공주시 의당면의 농가맛집 ‘미마지’가 바로 그곳이다. 도영미 대표가 운영하는 농업회사법인 미마지(주)는 식사와 전통 문화체험이 가능한 농촌문화 관광지다. 미마지의 인기는 국내를 넘어선지 오래다.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일본의 관광책자에 소개된 것은 물론, 도 대표의 SNS 계정은 미마지의 팬이 된 외국인 ‘팔로어’들로 붐빈다. “입소문이라는 게 참 대단한 것 같아요. 한번 다녀간 손님들이 다시 찾아오고, 지인에게도 소개해준 덕에 일 년 내내 손님들을 받아요. 한 해 방문객은 약 1만 명이에요.” 농촌 토박이 같지 않은 세련미와 도회적인 이미지를 갖춘 도영미 대표에겐 사실 ‘반전 이력’이 있다. 바로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이란 것.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뛰어난 비즈니스 감각이 도영미 대표를 오늘날 농업법인 CEO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충남 공주시 의당면에 소재한 농가맛집 ‘미마지’. 한식 식사와 함께 밤물을 활용한 천연 염색체험, 농기구 관람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 관광지다.
충남 공주시 의당면에 소재한 농가맛집 ‘미마지’. 한식 식사와 함께 밤물을 활용한 천연 염색체험, 농기구 관람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 관광지다.

 

스물아홉살, 남편 따라 공주로 귀농
청송 심씨 가문의 정갈한 한식으로 승부

도영미 대표는 항공사에 근무하던 중 지금의 남편 심하용 씨를 만나 시댁이 있는 공주시로 귀농했다. 완전히 낯선 귀농은 아니었다. 도 대표 자신도 공주 출신으로, 공주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 대표가 자란 곳은 공주에서도 활기가 넘치는 도심이었다. 반면 현재 미마지가 자리한 의당면은 20년 전만 해도 ‘깡촌’으로 통할 만큼 개발과는 거리가 먼 시골이었다. “그때는 이 근처가 이런 포장 도로도 아니었어요. 차 한 대도 겨우 지날까말까 한 농로였죠. 하지만 농촌 문화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제일 먼저 길부터 닦았어요.”
양반가였던 시댁은 문중 대대로 손님맞이 문화가 발달한 덕에, 시할머니는 술도 직접 담그셨다고. 또한 바느질 솜씨도 매우 뛰어나셨다. “요즘 집밥 열풍이 불고 있잖아요. 미마지도 그런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일반 식당에서는 접하기 힘든, 할머니가 차려준 밥상 같은 향수.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음식. 그래서 마니아 손님들도 많이 늘었고요.” 도 대표의 말처럼 미마지의 음식은 도시인에게도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우선 메뉴 이름부터 그렇다. ‘밤나무 아래정식’, ‘연잎밥상’, ‘소민정식’…. 미마지가 차려내는 밥상의 메뉴 이름이다. 친근하면서도 직관적인 메뉴 명칭에서, 도 대표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미마지의 음식은 공주의 특산물인 알밤을 활용했는데, 특히 ‘밤나무 아래정식’은 밤밥과 밤간장쪽갈비, 밤으로 부쳐낸 밤전 등 밥상 가득 밤 요리가 풍성하게 차려지는 인기 메뉴다.
또 소민정식은 청송 심씨 가문이 즐겨먹던 신선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간편하면서도 전통 있는 음식으로 재탄생한 메뉴다. 쇠고기, 버섯의 담백한 육수가 특징인 전골 정식으로, 역시 밤으로 만든 반찬을 곁들여 먹을 수 있어 ‘프리미엄 한식’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렇게 차린 음식은 한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다. 주한 원어민 영어 교사 모임과 러시아에서 온 의료 관광 손님, 일본인 관광객, 유네스코 심사위원들…. 지금까지 미마지가 맞이한 외국인 손님들의 국적과 연령층은 다양하다. 미마지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처음엔 한식의 맛에 반하고, 그다음엔 자연 염색체험을 하며 두 번 반한다. 농가맛집 건물 바로 옆에 자리한 농기구자료관과 민속극자료관도 방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이곳에는 도영미 대표 부부가 오랜 시간 공들여 수집한 전통 농기구가 가득하다. 마을 어르신들이 수십 년 동안 쓰던 농기구와 놀이 도구, 짚으로 만든 동물 탈 등, 자칫 버려질뻔 했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이곳에 전시돼 있다.

도영미 대표(맨 왼쪽)가 밤물 천연 염색프로그램에 참가한 외국인 교육생들에게 염색 시범을 보이고 있다.
도영미 대표(맨 왼쪽)가 밤물 천연 염색프로그램에 참가한 외국인 교육생들에게 염색 시범을 보이고 있다.

‘가족농 경영’이 철저한 운영 원칙
“하고 싶은 걸 하되, 페이스 유지하는 것이 중요”
 귀농 후 지금까지 도영미 대표가 한 일은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가맛집을 운영하기 전에는 복지관에서 강사 생활을 하기도 했다. 농촌에서 생활하며 가장 적성에 맞는 아이템을 찾기 전까지, 일종의 ‘예열 기간’이었던 셈이다. “집안 대대로 땅이 많았어요. 하지만 논 농사를 해도 돈이 안 된다는 걸 너무도 잘 알았기에, 단순히 농사만 할 생각은 없었어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농가맛집, 농촌 문화관광 사업은 정말 재밌고 저와 잘 맞아요.” 도 대표는 ‘농촌에서 부가가치를 일으킬 사업은 결국 문화관광’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이래 자신의 재능을 살려 염색 체험프로그램과 맛집 운영에 본격 착수했다. “저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아요. 하지만 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하려고 해요. 가족농의 한계치를 알고, 저 자신을 위한 일도 하면서 사업을 하고 있어요.” 식생활우수체험공간으로 지정돼 있는 미마지는, 소외계층 청소년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할 때를 제외하곤 가족끼리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가용 인력이 한정돼 있다보니, 손님 받는 스케줄을 짤 때는 식구들이 소화해낼 수 있는지 먼저 고려한다. 농가맛집을 철저한 예약제로 운영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미마지는 음식을 내는 그릇 하나하나에도 오랜 세월이 담겨있답니다. 외국에 가보면 우리나라처럼 무조건 새것을 선호하기보단, 투박하더라도 고유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 것들을 더 높이 쳐주잖아요.” 이처럼 농촌 식문화와 관광문화를 선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신지식 농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반찬 한 가지를 담는 그릇도 신중히 선택하고, 옛것을 소중히 여기는 도영미 대표에겐 매일이 새로운 도전의 나날이다.

도 대표의 남편인 심하용 공주민속극박물관장이 농기구 전시관을 설명하고 있다. 전시관에는 마을 어른들이 쓰던 농기구와 놀이 도구, 동물 모형 짚탈 등이 전시돼 있다
도 대표의 남편인 심하용 공주민속극박물관장이 농기구 전시관을 설명하고 있다. 전시관에는 마을 어른들이 쓰던 농기구와 놀이 도구, 동물 모형 짚탈 등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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