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제주에 한라봉이 있다면 이천에는 설봉향!
[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제주에 한라봉이 있다면 이천에는 설봉향!
  • 이혁희 기자
  • 승인 2019.02.11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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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질과 햇빛이 설봉향의 경쟁력
한라봉은 제주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이름이라 이천 설봉의 명칭을 따 설봉향이라 이름 붙였다.
한라봉은 제주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이름이라 이천 설봉의 명칭을 따 설봉향이라 이름 붙였다.

'귤'하면 누구나 제일 먼저 제주도를 떠올린다. 그러나 육지에서도 귤 농사를 지어 소득을 올리는 농가가 있다. 바로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하늘빛농원. 하늘빛농원을 운영하는 김진영, 정창순 부부는 원래 장미농사를 지었지만 소득이 나지 않아 귤농사로 전환했다. 신문에서 온난화로 인해 아열대 작물이 남부지방에서 재배된다는 기사를 보고 장미 하우스를 이용해 귤농사를 시작한 것이다.

 

난방비는 장미를 키울 때보다 10분의 1 정도면 충분한 귤농사
난방비는 장미를 키울 때보다 10분의 1 정도면 충분한 귤농사

본격적인 설봉향 생산 돌입

한라봉이라는 명칭은 제주도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김 대표는 이천의 유명한 설봉의 이름을 따 '설봉향'이라고 이름지었다. 김 대표는 소량의 설봉향 출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이천시 로컬푸드 매장, 이천의 아울렛 매장과 인근 마트였다. 이천은 토질이 좋고 광량도 충분해 당도와 맛이 좋았다. 이 정도 품질이면 충분히 제주산 한라봉과 경쟁할만 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경매장으로 출하한 물량은 한라봉보다 가격을 약간 더 받았지만 처음인 데다가 소량이고 상인과 친분이 있어 더 준 것이라 판단했다. 계속 출하하면 이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마트로 납품한 설봉향도 소비자들이 이천에서 생산됐다고 하니 신기하게만 봤다. “이천에서 생산됐다고 하니 반응이 미적지근했습니다. 그러나 먹어본 사람은 맛있다고 다시 전화로 주문했어요. 제주산에 비해 인지도가 밀렸어도 먹어본 사람은 다시 찾았기에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방법이 판매를 위한 적절한 방법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마트 납품은 하지 않기로 하고 체험과 직거래로 승부를 보기로 했죠." 일반 마트에 납품은 중단했다. 인근 아울렛과 로컬푸드 매장에 생산량의 20% 정도를 출하하고 나머지는 체험과 직거래로 돌렸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이천은 서울에서 오기도 좋아 방문객도 많았고 한번 먹어본 사람은 설봉향을 다시 찾았다.

장미보다 매출은 줄었지만 들어가는 돈과 인력이 적게 들어 수익은 비슷하다고 한다. 생활의 여유가 생긴 김진영·정창순 부부
장미보다 매출은 줄었지만 들어가는 돈과 인력이 적게 들어 수익은 비슷하다고 한다. 생활의 여유가 생긴 김진영·정창순 부부

“소문내는 것이 일입니다. 시식을 많이 해요. 먹어보면 다시 찾으니까요. 전세버스로 오면 관광버스 기사들이 맛있다고 입소문을 내서 다른 팀들이 또 오고 계속 연결되어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매출은 매장 판매는 20%, 직거래 30%, 체험 50%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매출은 매장 판매는 20%, 직거래 30%, 체험 50%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토질과 햇빛이 설봉향의 경쟁력
10월에는 상고귤이 열린다. 10월 말에 하우스를 방문하면 진한 주황색 터널이 생긴다. “본 사람은 예쁘다고 난리에요. 새콤한 맛에 계속 먹고 싶어집니다. 상고귤이 끝나면 이어서 설봉향이 하우스 한가득 열리죠. 설봉향 체험은 1kg 1만3000원인데 15만원 치 가져가시는 분들도 있어요.”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다들 이천의 기온이 높지 않아 난방을 해야 하는 등의 이유로 제주와 경쟁이 되기 힘들 거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생각보다 좋은 조건이 경쟁력을 만들어줬다. 첫째로 토질이다. 배수가 아주 잘 되는 제주의 토질과 달리 이천의 토질은 수분과 비료를 보유하는 능력이 좋다. 날씨도 좋았다. 이천은 일조량이 좋기로 소문이 난 곳. 풍부한 일조량은 설봉향의 맛과 향을 끌어 올린다. 설봉향의 당도는 18.6brix, 작년에는 22brix까지 나온 적이 있다. 게다가 서울과 가까워 물류비가 적게 든다는 점도 장점이다. 가온을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다지 가온할 필요는 없다.

재배 방법은 제주도와 환경이 달라 처음에만 배운 대로 하고 그 이후에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갔다. 게다가 체험도 같이하니 다른 방법을 고민할 때도 잦다. “유기혈분비료를 넣으면 당도가 올라가고 산도가 떨어집니다. 작년에는 사람들이 설탕을 넣었냐며 정말 달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하우스에 비린내가 나서 이번에는 넣지 않았어요. 또, 유기물 공급을 위해서 짚을 넣었어요. 그랬더니 발에 걸려 걷기 힘들어 하더군요. 나중에는 짚을 잘라 넣어볼 생각입니다.” 지금은 설봉향, 상고귤 체험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부부는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제주도에서도 시설을 세워 맛을 올리고 있으며 최근에 귤을 시작한 농가 소식도 들어서다. 새로운 품종을 시험재배하며 기술을 쌓는 하늘빛농원의 김진영·정창순 부부. 앞으로 급속히 늘어날 하우스 과수 재배의 선도 농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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