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서 행복찾기
정원에서 행복찾기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5.12.21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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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불현듯 두통이 찾아왔다. 잘 못 잔 탓일까. 쉬는 날의 불청객에 당황했다. 마침 그날은 식물원에 갈 계획이었다.
미리 알아본 경기 안산의 한 식물원을 찾아갔다.
정원이란 이름이 붙은 그곳은 민간인이 손수 가꾼 규모 1300㎡의 실내 식물원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시원한 폭포 소리가 귀를 압도했다. 사방은 온통 녹색이었다. 유리 온실 안에 선인장류와 관엽 식물이 가득했다.
‘음이온을 내뿜는 수직정원… 상쾌함의 비밀은 벽면의 식물에 있습니다.’
친절한 설명과 함께 조성된 공간은 피톤치드 존이었다. 피톤치드가 식물의 항균물질이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안에 들어서자 편백나무 향이 알싸하게 퍼졌다.
진한 편백 향을 2~3분간 들이마시는 동안 머릿속이 짜릿해졌다. 
그때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두통이 사라진 것이다. 착각인가 싶었지만 정말이었다. 밖으로 나온 뒤에도 그랬다. 피톤치드의 진통 효과는 사실이었다. 그 길로 꽃집에 가 식물을 ‘충동 구매’했다. 그날 그렇게 화분 세 개를 새 식구로 들였다.
이는 비록 개인의 경험이지만, 식물에 대한 인간의 긍정적 감정은 고대부터 이어졌다. 오죽하면 낙원을 뜻하는 영어 ‘파라다이스’의 어원도 고대 페르시아어 ‘둘러싸인(pairi) 정원(daeza)’에서 유래했을 정도다.
정원을 극찬하는 말은 중국에도 있다. 중국 속담에는 한 달의 행복을 원하면 결혼을 하고, 일 년의 행복을 원하면 정원을 가꾸라는 말이 있다. 식물을 가꾸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지 잘 함축한 말이다.
또 한 연구에 따르면 정신 박약자들에게 매일 5시간씩 1년간 원예 치료를 실시한 결과 행동이 달라졌다고 한다. 피험자들은 치료 전보다 특히 흥분과 울화가 크게 감소했다. 이는 갈등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쩌면 요즘의 갈등 사회는 지나친 도시화의 부작용은 아닌가 싶다. 현대인의 주의력 결핍 장애, 지나친 경쟁심, 높은 이혼율 등은 모두 콘크리트로 점철된 잿빛 도시에서 발생한다.
요컨대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 무엇보다 우리는 식물을 가까이 해야 한다.
다만 몇 천원이라도 들여 식물을 사고 가꾸자. 커피 한 잔 값이면 충분하다.
또 정부도 꽃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 꽃 사는 돈을 아까워하는 인식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꽃을 가까이 할 때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누구나 공감한다면, 꽃은 우리 모두의 ‘필수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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