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 꿈꾸는 도농교류
농촌이 꿈꾸는 도농교류
  • 이나래
  • 승인 2015.10.19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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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할 때가 가장 힘들죠. 일할 사람이 없으니까 일용직을 쓰는데, 이웃 농가랑 경쟁이라도 붙으면 의 상하기도 쉽고. 웃돈 주고 (사람을)빼오다 자칫 하면 싸움도 나고.”


경기 포천에서 사과 농사를 하는 농민 A씨는 해마다 열매솎기 철이 되면 인력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마을에 일할 사람은 없고, 쓸 수 있는 인력도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쓰면 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간단치 않다. 거처가 일정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면 숙식도 해결해줘야 하는데, 이 때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과수 농가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보다 일용직을 고용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때도 문제는 있다. 열매솎기 철(적과기)처럼, 과수원이 일용직을 대거 고용하는 시기는 정해져 있는데 이때부터 이웃 농가와 눈치 작전에 들어간다.


서로 인접한 농가들이 두루두루 인력을 잘 고용하면 다행인데, 옆 농가에서 일하기로 돼있는 사람들을 웃돈을 주면서 빼오면 문제가 터지는 것이다. 특히 동종 품목을 재배하는 농가들의 경우 같은 시기에 대거 인력이 필요하기에,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나마 고용한 일용직들도 대부분 근처에 사는 노인들이다. 이에 A씨는 도농교류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젊은 인력도, 소비자도, 도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한마디로 요약한 게 바로 ‘농촌 고령화’다. 농촌 고령화란 단지 농촌 인구의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일할 사람이 부족해 농촌 공동체의식이 위협받는 데까지 이어진다.


정부는 이의 해결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의 농가 보급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농작물을 제어하는 기술인데, 이는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는 노동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뾰족하지 않다. 개별 농가들이 ‘알아서’ 해결하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수수방관하는 건 아닌지 때론 의문이 든다.


농번기에 도시의 청년들을 농가로 보내는 건 어떨까. 일부 지자체에선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거주 연한만 채우면 연 10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는데,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대신 일 년 치 물고기를 주겠다는 발상에 기가 찬다. 차라리 관내 청년을 자매결연 지자체에 보내 농번기 봉사활동을 하게 하고, 그 대가로 인센티브 100만원을 준다고 했더라면 모양새가 나을 뻔 했다.


정부는 농촌 고령화 대안을 내놓길 바란다. 연예인들이 농촌에서 삼시세끼 지어먹는 TV 프로그램을 도시 청년들이 즐겨본다고 해서 청년들의 대농 인식이 좋아지리라 기대하는건 안일한 발상이다. 농촌이 바라는 도농교류는 농촌의 현실을 왜곡해 웃고 떠드는 게 아니라, 힘있고 건강한 도시 청년들이 농가를 방문해 일손 하나라도 보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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