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정책 신뢰는 가뭄 해소로부터
농업정책 신뢰는 가뭄 해소로부터
  • 이나래
  • 승인 2015.10.12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의 왕은 몸소 밭을 갈았다. 왕이 친히 모범을 보인다는 뜻에서 이를 ‘친경’이라 일컬었다. 문헌에 따르면 친경의 유래는 고려 성종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농사는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이다.

서기 2015년 현재,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2%대로 떨어졌다. 국가 곳간엔 우리 쌀이 넘쳐나지만, 타국과의 협상에 따라 외국 쌀을 수입하고 있다. 농심이 좋을 리 없다. 힘써 일군 쌀농사로 생계 안정을 꾀하기도 힘든데, 가뭄까지 덮쳤다. 바싹 마른 저수지 바닥은 갈라지고 성난 농민의 속울음 같다.

설상가상 지난 8일자로 충남 보령댐은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충남 태안 간척지는 밭작물 염해 피해까지 겹쳐 울상이다. 충청권에 이어 전라북도도 가뭄대책 상황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내년도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농어촌공사 전북본부는 설명했다.

올 가뭄을 두고 ‘100년만의 가뭄’이라고도 하지만 천재지변 탓으로만 돌리기엔 찜찜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봄 가뭄, 가을 가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가뭄 대책을 촉구하는 데에는 여야의 이견이 없었다.

유성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저수지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에 대해 “국회에서 증액해달라는 식으로만 해선 해결이 안 된다. 앉아서 예산 부족타령만 하지 말고 죽어라 뛰어야 한다”고 채찍질했다.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은 “대한민국은 경제 10대 대국인데 매년 가뭄 땜에 걱정한다. 가뭄 마스터 플랜을 만들어 대통령 승인을 받고 국회에 예산 승인을 요청하라”고 아예 주문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국회도 한 목소리로 가뭄 대책을 정부와 공공기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답변은 해마다 대동소이하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70%여서…’라는 배경 설명부터 시작해 ‘용수 적기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가 가뭄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심히 의문이라는 국회의 비난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이해를 바란다는 식으로 언제까지나 무마할 수는 없다. 정부는 유의적절한 정책을 수립해 시행하는 곳이다.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도 선택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뭄이 내년에도 있고 10년 후에도 발생하리라 예상한다면, 당연히 장기플랜을 수립해 시행하는 게 맞다. 100년만의 가뭄이 터지고 나서야 도수관로를 설치하는 식의 늑장대응으로는 농민들이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현재 다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선진 농업화 정책에 앞서 과연 가뭄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농사의 기본인 물 문제는 등한시한 채 6차산업이나 스마트팜만 권장해서는 농민의 신뢰를 사기 힘들 것이다. 당장 내 논에 댈 물조차 없는데 첨단영농의 단꿈에 부풀 농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농업용수 부족문제의 해결 없는 농업 정책은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