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천적산업침체, 이대로 둘 것인가?
[기고]천적산업침체, 이대로 둘 것인가?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5.07.2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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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천적이란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해충을 먹이로 하는 생물을 말한다. 1967년 네덜란드 농부였던 코퍼트가 응애류를 잡아먹는 칠레이리응애를 제품화한 것이 세계 최초의 천적 상업화 사례이다. 2013년 현재 코퍼트사는 연간 매출액이 약 1,500억 원, 종업원 수는 약 250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천적회사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까지 유기합성농약을 이용한 생산성 중심의 농업이 우선시 되면서 천적이용기술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농업과 환경, 식품안전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친환경 농업이 관심을 받게 되면서 천적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타고 1995년 농촌진흥청에 ‘천적연구실’이 만들어져 본격적인 천적연구가 시작되었다. 1998년에는 한국 IPM이라는 천적회사가 설립되었고 1999년에는 연구자와 산업체가 참여하는 ‘천적연구회’가 발족됨으로써 천적산업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2005년까지 5개의 천적 생산업체가 설립되는 등 1995년 이후 10여 년간 천적산업은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 이러한 기반아래 정부의 ‘생물학적 병해충 방제 지원 사업(2005∼2010년)’이 추진됨에 따라 2000년 77ha에 불과하던 천적이용면적이 2010년에는 2,500ha까지 증가하였다. 그러나 정부 지원 사업이 끝난 후 천적이용 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4년 현재 57ha로 2000년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 되었다. 지난 15년 동안 각 분야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천적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다시 초반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농업 선진국인 유럽과 북미 국가들에서는 토마토, 오이, 가지, 딸기, 파프리카 등 시설원예작물에서 주로 천적을 활용한다. 네덜란드에서는 토마토, 가지, 오이 재배면적의 90% 이상에서, 파프리카는 모든 농가에서 천적을 이용한다. 우리나라는 시설재배면적이 5만ha 이상이다. 주로 안전성이 중요시되는 과채류 등의 원예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농업과 안전농산물 생산을 통한 우리 농산물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천적산업의 활성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천적산업이 급격히 침체된 원인을 짚어보고 천적산업의 재기를 위한 노력을 꾀해야 할 때이다.

이처럼 천적산업이 급격히 침체된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자는 개발된 기술이 현장에 정착될 때까지의 지속적인 관심이 미흡했고, 정부는 지원 사업 대상인 천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경제적인 지원에 치중했다. 천적회사는 정부지원 사업에 안주하여 컨설팅 전문가 양성 등 미래를 위한 기반 구축 노력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나라에서 천적산업의 재기를 위한 세 주체들의 역할을 제시해 본다.

첫째, 연구자는 ‘내가 농민이라면 이 기술을 사용하겠는가?’를 먼저 생각하고 천적이용의 편리성과 생산비 절감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천적은 생물이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즉 변수가 매우 많다. 따라서 개발된 기술이 현장에 정착될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개발한 기술은 내 자식’이라는 마음가짐이 절실히 필요하다.

둘째, 정부는 농·관·학·연·산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보다 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 아닌 산업의 기반을 세울 수 있는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 또한 친환경농자재 목록공시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천적활용 농산물에 대한 인증제 도입, 가격보상 등 관련 규정의 개정과 신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셋째, 천적회사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컨설팅 전문가 양성과 진정한 성공사례를 통한 이용 확산 등 미래를 대비한 자생적 기반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기합성농약도 온도, 습도, 광조건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약효와 약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천적은 생물이다. 따라서 농업 해충의 방제를 위해 천적을 이용하려면 유기합성농약의 활용에 대한 노력보다 수배 또는 수십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1990년대 후반의 초심으로 돌아가 연구자와 업체, 정부가 함께 노력하여 우리나라 원예작물 생산에서 천적의 역할이 더 커지고 천적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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